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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Feb 19. 2024

여전히 아름다운 그대에게

그립지만 안 그리운 요양병원, 안녕!

나는 그대의 기억 속에,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닌 채로 자리 잡고 싶었다.

그런 시선으로 나를 담아내는 그대를 가만히 바라보면,
나의 작은 소망이 결코 작지 않았음을 느낀다.


나는 당신을 더 오래 보고파서
오늘도 당신의 몸에 자그마한 생채기를 냈다.

가장 날카로운 것들로 가장 여린 곳들을 후벼 파는 주제에
당신이 많이 아프지는 않았기를 기도한다.

나는 오래도록 당신이 원망할 테지만,
나는 오래도록 당신을 고마워하겠다.






주사도 아프고, 콧줄도 아프고, 소변줄도 아프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하는 모든 것들은 아픈 것들 투성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소리를 쳤고, 누군가는 팔다리를 휘두르거나, 할퀴거나, 꼬집기도 한다.
 
가끔은, 편히 눈 감을 수 있었던 이들을 꾸역꾸역 살려내어 고통의 굴레 속에 가둬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한참을 째려보며 욕하던 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면 기분이 참 묘하다.
 
 
 




 
 
 
내가 일하던 그 해에는 온 세상이 간호법에 대해 떠들어댔다.
결과야 어찌 됐건 나는 이러한 물결의 수혜자였다.
 
척 보기에도 신규인 것이 티가 나는 자그마한 손녀뻘의 간호사가,
하필이면 입사하자마자 절뚝거리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동정표를 얻기엔 충분했으나,
간호법 이슈로 인해 '간호사가 힘들다'라는 명제까지 각인되어 버렸으니
나에게 함부로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있더라도 곧바로 같은 방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기 일쑤였다.
 
 
다닐 땐 힘들다고 찡찡댔었는데, 관두고 나니 내가 참 말도 안 되는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근무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곳의 시스템과 환경을 떠올리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가도, 같이 일하던 이들이나 환자들을 떠올리면 그립기도 하다.
 
 
쓰고픈 일화가 너무나 많았는데 막상 쓰려니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서 이번 연재는 이렇게 얼레벌레 끝내야겠다!
나의 첫 취업, 나의 첫 간호사 생활에 대한 일기, 이걸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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