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주사 부위를 보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보며 나는 이 과정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걸기로 했다. 나는 주사를 무서워하는 편이 아니라 깊은 공감은 어렵지만 그래도 머릿속이 온통 바늘로 가득 찰 바에는 신경을 온통 분산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저 혈관 진짜 안 좋아요. 항상 몇 번씩 찌르시더라고요. 그래도 전 아픈 거 잘 참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단번에 10번까지도 맞아봤다는 말에 비해 그녀는 너무 좋은 혈관을 가지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본인 실력이 부족할 때 괜히 멀쩡한 혈관 탓을 하기도 하는데,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물론 정말 혈관이 별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우리의 영업 비밀을 밝힐 수는 없으니 나는 능청스럽게 '그래요?'라고 답하며 바늘을 들었다. 나야말로 혈관 핑계가 절실한 혈관 킬러이니 오히려 좋았다.
여기 선생님들은 다들 주사를 잘 놓으시는 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프게 한 번에 놓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