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의 혈관은 요양병원에서 항상 보던 노인의 혈관과는 차원이 달랐다. 손등에 통통하게 올라온 혈관만 봐도 그러했다.
저 아픈 건 잘 참는데, 손등만 찌르지 말아 주세요.
손등을 탐내는 나의 시선을 느꼈던 것인지 환자는 재빠르게 손등을 거절했다. 저기가 제일 가망 있었는데 뭐 어쩌겠는가, 손등만큼은 참을 수 없다는데. 시선을 돌린 곳은 팔이었다. 피부가 얇고 살이 없는 노인들과 다르게 잘 먹고 잘 놀던 젊은이의 팔은 까맣고 오동통했다. 그럼에도 하던 습관대로 얕게 들어갔더니, 혈관이 저 깊숙한 곳에서 나를 비웃었다. 터무니없게 밑에서부터 들어간 탓에 도무지 혈관 근처에도 닿을 수 없었다.
저는 10번을 찔러도 못 합니다. 실력자를 불러올게요.
고작 한 번의 시도만으로 포기해 버리는 나를 향해 환자는 '몇 번 더 시도해 보셔라'라고 하였지만, 바늘이 살을 뚫는 그 순간 나는 느껴버렸다. 나는 절대 저 질긴(?) 살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혈관이 터질까 봐 노심초사하던 나의 쫄보 같은 습관으로는 절대 저 혈관을 견딜 수 없었다.
저 진짜 손등 한 번만 시도해 봐도 돼요?
3일은 왜 이렇게 빨리 오는지. 겨우 도움을 요청해서 달아놓았던 자리를 이사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역시나 적절한 곳을 찾지 못하였으나, 하필이면 같이 근무하는 사람도 딱 나만큼의 실력을 가진 자였다. 내가 하나 저 사람이 하나 마찬가지일 거라면, 어차피 손등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아, 손등은 아프던데...
말은 그렇게 해도 어쩌겠는가. 한 번 내 실력을 깨달아버린 사람인지라 상황 파악이 빨랐다. 자, 손등은 두 개니까 기회는 두 번뿐이다(?) 보호자가 오기 전, 시선이 더해지기 전에 성공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니 망설임은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