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연습 #02] 혹시 혈관이 좋은 편이신가요?

by vonnievo
혈관이 좋으신 편인가요?





절대 주사 부위를 보지 않겠다는 굳은 다짐을 보며
나는 이 과정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말을 걸기로 했다.
나는 주사를 무서워하는 편이 아니라 깊은 공감은 어렵지만
그래도 머릿속이 온통 바늘로 가득 찰 바에는 신경을 온통 분산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저 혈관 진짜 안 좋아요.
항상 몇 번씩 찌르시더라고요.
그래도 전 아픈 거 잘 참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단번에 10번까지도 맞아봤다는 말에 비해 그녀는 너무 좋은 혈관을 가지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본인 실력이 부족할 때 괜히 멀쩡한 혈관 탓을 하기도 하는데, 아마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물론 정말 혈관이 별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도 우리의 영업 비밀을 밝힐 수는 없으니 나는 능청스럽게 '그래요?'라고 답하며 바늘을 들었다.
나야말로 혈관 핑계가 절실한 혈관 킬러이니 오히려 좋았다.



여기 선생님들은 다들 주사를 잘 놓으시는 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하나도 안 아프게 한 번에 놓으시지?





그야. 혈관이 좋았으니까요.
아무쪼록 칭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