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사 실력이 볼품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린 우리 수 선생님은 비타민 주사로 환자들을 꼬셨다.
oo님~ 오늘 비타민 한 번 맞을래요?
비타민으로 꼬셔낸 주사연습은 효과가 좋았다. 수많은 희망자가 있었지만, 그나마 가망이 있는 50대의 젊은 환자가 선정되었다. 혈관이 곧고 예쁜 환자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주사는 별거 없다'라는 희망을 품어주려고 하셨던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혈관마저 실패하면서 오히려 더 움츠러들고 말았다.
다리도 찔러볼래요?
팔을 무려 세 번이나 실패했다. 원내 최고의 혈관미남의 팔보다 원내 최고의 혈관킬러의 실력이 더 강력했던 모양이다. 울먹이며 연신 죄송합니다를 내뱉는 어린 간호사의 축 처진 어깨를 위로하듯, 그는 '다리가 혈관이 더 좋다'며 냉큼 다리를 내밀었다. 혈관이 문제가 아니라 내 실력이 문제였던 것인지라 차마 다리마저 망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거절했다.
연습할 사람 없으면 다시 와요~
신규가 대체 어디서 주사 연습을 하겠냐면서 다음엔 비타민 없어도 되니까 언제든지 와서 찌르라고 했다. 본인은 하나도 안 아프다며 시퍼렇게 멍든 팔을 감추는 그 따사로운 마음 덕에 또 하나의 신규가 임상 속으로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