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nnievo Jan 24. 2024

사탕 할아버지와 이쁜이 할머니

조건부 애정 vs 반사적 애정

사탕 가져왔어?


 
 
그에게 나는 마치 '사탕 주는 사람'으로 인식된 듯했다.
얼굴만 보면 사탕이라는 단어가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목소리와 표정을 글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다.

순수함인지 노련함인지 모를 그 오묘한 느낌은 형용할 길이 없다.


'사탕 안 먹어서 어지럽다'는 뻔뻔한 발언도 몇 개월 듣다 보니 내성이 생겼다.
처음엔 밥을 못 먹어서 어지럽다 하여 저혈당인가 했는데, 꼭 식사시간 직전에만 저러는 것을 보면 식사가 답이다.


 
 



밥 맛있게 잘 드시면 사탕 가져올게요~


응, 사탕~


 
 




나 원 참,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이쁜이 왔어?


 
 
이도 몇 개 남지 않은 입으로, 참 예쁘게도 웃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말리지 못한 앞머리가 제멋대로 삐죽거려도, 하나뿐인 근무복에 온갖 반찬을 흘려놨어도 나는 여전히 이쁜이었지만, 가끔은 예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할머니의 몸상태가 안 좋은 날이다.
나를 보고도 이쁜이라고 하지 않거나, 웃어주지 않으면 어쩐지 울적하고 초조하다.
이쁜이 할머니의 얼굴에서 내 하루의 희비가 결정된다.
 
 
빌딩 숲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위치 덕에 볕이 잘 들지 않는 병원이었으나, 유난히도 이쁜이 할머니의 방만큼은 환하게 빛이 났다.
아마도 이 방은 이쁜이 할머니가 햇살이었나 보다.

이전 09화 나 좀 죽여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