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나는 마치 '사탕 주는 사람'으로 인식된 듯했다. 내 얼굴만 보면 사탕이라는 단어가 거의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목소리와 표정을 글로 온전히 표현하지 못함이 참으로 아쉽다.
순수함인지 노련함인지 모를 그 오묘한 느낌은 형용할 길이 없다.
'사탕 안 먹어서 어지럽다'는 뻔뻔한 발언도 몇 개월 듣다 보니 내성이 생겼다. 처음엔 밥을 못 먹어서 어지럽다 하여 저혈당인가 했는데, 꼭 식사시간 직전에만 저러는 것을 보면 식사가 답이다.
밥 맛있게 잘 드시면 사탕 가져올게요~
응, 사탕~
나 원 참,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이쁜이 왔어?
이도 몇 개 남지 않은 입으로, 참 예쁘게도 웃는 사람이었다. 제대로 말리지 못한 앞머리가 제멋대로 삐죽거려도, 하나뿐인 근무복에 온갖 반찬을 흘려놨어도 나는 여전히 이쁜이었지만, 가끔은 예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은 할머니의 몸상태가 안 좋은 날이다. 나를 보고도 이쁜이라고 하지 않거나, 웃어주지 않으면 어쩐지 울적하고 초조하다. 이쁜이 할머니의 얼굴에서 내 하루의 희비가 결정된다. 빌딩 숲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위치 덕에 볕이 잘 들지 않는 병원이었으나, 유난히도 이쁜이 할머니의 방만큼은 환하게 빛이 났다. 아마도 이 방은 이쁜이 할머니가 햇살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