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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Jan 19. 2024

병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유치원에 갈걸 그랬어!

4호 대표, 5호 대표가 오늘도 싸웠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을 양반들이 허구한 날 싸워댄다.

방식이 온건하지도 않다. 서로 멱살을 잡고 이 놈, 저 놈 하는 꼴을 보아하건대, 오늘은 하마터면 주먹이 날아갈 뻔하였다.

함 간호사와 둘이서 양쪽 방 문을 틀어막으며 고군분투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유치원에 잘못 취업했나?


 

 




 

 

 


밥이 맛이 없었어.
단 게 먹고 싶어.

저 사람 맘에 안 들어.
방을 좀 옮길 수는 없나?


 

 

요양병원에서의 일상은 유치원과 같다.

밥투정을 하는 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한 입이라도 더 먹게 하고,

싸움을 중재하고,

나쁜 짓을 하면 혼을 내고,

기저귀를 확인하고,

근육발달을 위한 운동을 돕는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도로 아이가 된다더니, 그래서 요양병원에서는 다들 유치원 교사처럼 일하는가 보다.

 

 

 

 




 

 

 

요양병원에는 새나라의 어른이들 천지다.

저녁 8시만 되면 불을 끄고 꿈나라에 입성한다.

4호 대표와 5호 대표가 싸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벽 하나를 두고 나란히 머리를 맞댄 두 방은 수면 시간이 너무 달랐다.

5호 사람들은 잠이 왔고, 4호 사람들은 TV가 보고팠다.

벽간 소음이 어찌나 심각하던지 매번 이 같은 문제로 다투곤 했다.

5호 대표는 제 방 사람들의 숙면을 위해, 4호 대표는 귀가 나쁜 제 방 사람들의 여흥을 위해 나선다.

 

허구한 날 싸우는 4호 대표와 5호 대표는 사실 정말 착한 사람들이다.

 다들 착한 사람들이면서 꼭 서로에겐 못된 말만 주고받는다.

그 사실을 아는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다.

그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모두에게 전달할 뿐이다.

 

 

 





 




선생님은 언제 또 출근해?


 

 

집 가서 잘 쉬고 오라면서도 내심 나의 출근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늘 죽상으로 출근해도 옅게나마 웃으며 퇴근할 수 있는 비결이다.

 

쉴 틈 없이 조잘대는 일상이 때때로는 버겁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일도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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