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nnievo Jan 15. 2024

욕쟁이 할아버지

일 년에 한 번만 씻는 남자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서 그득 대는 구더기를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 감듯,  일 년에 단 한 번만 씻는다는 그의 철학 덕에 그의 몸은 썩어버렸다.
몸의 일부가 마치 다 타버린 장작마냥 까맣고 딱딱했다.
 늙음을 실감하는 젊은이들의 '몸이 썩었다'와는 다르게, 그는 정말 글자 그대로 몸이 썩은 것이다.
 
 
 

오늘도 벨일 읎다, 가라.



 
 
 
대화에 목이 마른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는 라운딩 때마다 항상 손을 휘휘, 저으며 나를 내쫓곤 했다.
그러나 별 일이 없진 않았고, 늘상 있는 별 일에 적응이 되어버린 게다.
 
한여름의 텁텁한 무더위 속에서 그의 썩은 부위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환기조차 되지 않는 네모난 공간에서 같은 방의 모든 이들은 선풍기 하나로 버티었다.
습기에 절여진 몸뚱아리들은 비위가 상해 점점 야위어갔다.
 
오늘도 간병사는 연신 고개를 내둘렀다.
그의 활개 치는 자아가 불편함을 거부하는 탓에 기껏 소독해 놓은 부위가 다시 잔뜩 세상과 인사를 하였으니, 빨갛게 덕지덕지 더러워진 침상을 정리하는 것은 온전히 간병사의 몫이었다.
밥도 못 먹어, 에어컨도 못 틀어, 쉬지도 못해.
어느 하나 성에 차지 않는 것들 투성이니 기분이 좋을 수가 있나.


 
 
 



니가 뭘 안다고 설치길 설치노.






절단을 입에 올린 의사는 대역죄인이 되었으나 그럼에도 그는 나아지려는 시도를 당최 하질 않았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체 부위가 그리 불편하다면서도 여전히 씻기가 싫고, 소독이 싫고, 항생제가 싫단다.
 
참 미운 사람이다.
잔뜩 얼굴을 구긴 채 사람을 마치 걸레짝 취급을 하다니.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웬만하면 중환자실로 보내지 않는다.
애써 보내놔도 '산 송장들 사이에서 자려니 너무 무섭다'는 호소와 함께 금방 다시 내려오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는 중환자실로 보내졌다.
 
미운 정도 정이라더니, 그새 정이 들어버린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헛헛하다.

이전 05화 저희 엄마 전화기를 뺏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