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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Jan 17. 2024

요양병원의 소녀들

언젠가, 누군가는 하늘을 보고프다 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병원에 빛이 잘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직 인공조명만이 멕아리 없게 온 방안을 차지할 뿐이었다. 고작 몇 개월의 근무에도 울적하다 찡찡대는 내 앞엔, 옴짝달싹 못한 채 몇 년을 견뎌온 노인들이 있었다.
 
 
 




 
 
병원의 하루는 늘 똑같다. 기껏해야 오늘 밥이 맛이 어땠다, 누가 오늘 면회를 왔다, 하는 것만이 전부다. 그러니 회색빛의 네모난 공간에 갇힌 노인들에게는 찬란하던 과거에서 사는 편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저들끼리의 똑같은 대화에 퍽 지쳐 보였다. 별다른 자극 없는 삶 속에서, 그들은 자그마한 사건에도 감정이 쉽게 요동치곤 했다. 누군가는 문득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여기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곳에 들어온 이래로 가족들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살아서는 이곳을 나갈 수 없다면서 짙게도 침울해하였다.
 
 

종종 나의 동료는 적적해하는 이들을 위한 춤을 췄다. 그런 후에는 성경을 읽었고, 윷놀이를 했고, 케이크를 나눠먹었다.
그녀는 마치 연예인과도 같았다. 적어도 그곳에서만큼은 그러했다. 모두가 그녀의 근무 시간을 고대했고, 그녀는 그런 기다림에 보답하듯 한 명 한 명 손을 잡아주곤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 못 됐다. 나에겐 사근대며 안부를 묻는 것조차 어려웠다.
대신에 나는 그들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늘상 똑같은 말일지라도, 그들은 대화 그 자체에 위안을 얻는 듯했다.
그래서 좀 더 오래오래 라운딩을 돌았다. 옴이야 옮든 말든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눈을 마주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의 근무 시간도 고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우리 할머니를 떠올렸고, 그들은 나에게서 오래간 보지 못한 손녀를 떠올리곤 했다.
 

하늘을 그리던 어떤 이를 위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출근길을 담아왔다.
나에겐 매일이 똑같은 출근길이었으나, 누군가에게는 눈물을 훔칠 정도로 그리운 바깥의 풍경이었다.
 
그곳의 노인들은 자그마한 것에도 속상해하고, 동시에 자그마한 것에도 기뻐하는 사춘기 소녀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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