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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nnievo Jan 22. 2024

나 좀 죽여줘

근데, 그전에 하이파이브나 합시다!

나 좀 죽여줘


 
해를 못 봐서 그런가, 움직이질 못해서 그런가.
요양병원엔 유난히 우울한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죽여달라는 이는 처음이어서 나는 그 앞에서 그저 바보마냥 벙쪄있었다.
 
 

으잉? 그래요, 죽읍시다. 대신 같이 죽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입에 올리는 동기를 보며 나는 홀로 심란해졌다.
대체 어떻게 수습을 하려고 저런 대사를 늘어놓는 지.

나는 괜시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졌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젊은 사람은 살고 나는 죽고.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할머니가 왜 쓸모가 없어요!
우리 병원에서 할머니가 제일 하이파이브 잘해주는데.
할머니 없으면 누가 나 하이파이브해 줘요?


 
 
 
하이파이브.
손맞춤 후에 할머니는 드디어 웃었다.


 
아, 이렇게도 웃을 수가 있구나.
사람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위로를 받는구나.


 
죽음에 의해 오히려 살아난 누군가가 참으로 인상 깊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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