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할 건데
하루는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친구의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친구가 결혼을 일주일 앞둔 한날, 당시 예비신랑은 직장인이었는데 친구에게 자신이 사업을 해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고 그때 친구는 분개했던 일이 있었다.
그 얘기를 듣던 당시에는 나도 친구에게 공감하며 어찌 그럴 수 있냐고 했었는데, 그 사건을 다시 떠올린 순간에는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친구에게 남편이 정말 용기 있다고 어찌 좋은 직장을 관두고 사업을 할 생각을 했냐고 묻자 실은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며, 다만 남편은 어차피 할 건데라고 말하며 다른 동기들보다 좀 일찍 시작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내 삶에 들어왔다. 나는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떠올려 봤을 때 책을 읽고 글도 쓰고 더 많이 배우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도 만나고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은 어차피 할 거고 미룰 필요는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문득 책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8장에 인용되어 있던 유명한 멕시코 어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 미국인 은행가가 멕시코 어촌을 들렀다. 그는 그곳에서 배에 생선을 잡아 돌아오는 멕시코인 어부를 만나 그 양이 충분한지, 그것을 잡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물었다. 어부는 가족을 부양하는데 충분하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고 했다. 그러자 은행가는 남는 시간은 뭐 하냐고 물었다. 어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쉬고, 친구들과 어울린다고 했다. 은행가는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더 많은 생선을 잡고 더 많은 돈을 벌면, 그 돈을 투자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어부는 그렇게 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물었다. 은행가는 10-20년이면 된다고 답했다. 이에 어부는 그렇게 큰 부자가 되면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은행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쉬고, 친구들과 어울릴 거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다른 책에서 이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돈만 좇지 말고 안분지족하라는 이야기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이 이야기는 내게 중요한 일을 미루지 말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몇 년 후의 내가 이 우화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다른 메시지를 들려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