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우기고 싶은 나의 광기 어린 고집.
부단히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이라는 '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싫어한다.
'의미부여'의 집합체. 왜 태어났는가.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관계인가.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에 답을 내리고 그렇게 행동해야만 살아진다. 참 특이한 종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형체 없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뭐 이런 거까지,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나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인생은 뭘까, 사람은 뭘까, 이 감정은 뭘까. 고민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고, 그 생각을 되새기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다.
조금 슬픈 고백이지만, 이제 질렸다.
세상 어딘가로부터 보호받고 싶었던 것 같다.
의미를 어떻게든 정의함으로써 감정을 억누르는.
어쩌면 과하게 방어적인 태도가 아니었을까.
슬픈 것을 슬프다고 느끼기 전에
'슬픔이 이런 거구나' 하고 배우는 게 먼저였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조금 덜 아플 것 같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올 슬픔에 더 잘 대처하고 싶었다.
그냥 좀 맘 편히 온몸으로 부딪히며 느낄걸.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걸 몰랐다.
마음을 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지나간 시간이 후회로 남는다.
나는 분명히.
언어가 끝맺지 못하는 어떤 한계의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생각을 쌓아 올려도, 느끼는 것을 언어로 완전히 정의할 수 없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말을 내뱉는 게 서툴다.
진심이 아닌, 밀도 낮은말만 농담처럼 튕겨져 나가고
진심은 무겁게 가라앉아버린다.
진심이 확실한 마음이 너무나도 많은데.
다 표현하고 싶은데
말문이 닫혀있다.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같은 감정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문제라고 한다면 그렇다 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감정이 들어있다.
그 바다를 작은 그릇에 담으면 넘쳐흐르다가
결국 그릇도 깨지지 않겠나
언어로는 전달되지 않는 무언의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