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31 댓글 1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5000만 국회의원

대의 너머 직접으로

by 최금비 Mar 20. 2025

우리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뽑고 그들에게 정치적 결정을 맡긴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다. 하지만 정말 국민을 대변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수의 의견만 반영될 뿐이며, 대다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는 쉽게 묻혀 버린다.


정당 정치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정치적 신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투표하지만, 막상 국회에서 결정되는 정책들은 정당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정당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정책이 우선되며, 선거가 끝난 후 국회의원들은 국민보다 당의 방침을 먼저 고려한다. 우리가 정치에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 역시 정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정당 간의 세력 다툼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최근 ‘국회의원을 줄이자’는 주장도 많다. 국회의원 수가 줄면 세금 부담이 줄고 국회 운영도 효율적으로 개선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의원 수가 줄어들수록 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 특정 계층과 기득권의 목소리만 더 커질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견은 오히려 더 작아질 수 있다. 또한 의원 한 명이 담당해야 할 업무가 많아지며 정책 심의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수를 늘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이 역시 간단하지 않다. 지금처럼 정당 중심의 구조가 계속된다면, 의원 수가 많아져도 개별 의원들이 국민보다 당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가 더욱 복잡해지고, 정당 내 계파 갈등이 심해지며 정책 결정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국회의원 수가 많든 적든 대의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한계는 그대로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후보자의 공약을 보고 '사람'을 선택하지만, 정작 정책 결정에는 직접적인 권한이 없다. 후보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당선 후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국민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소외될 뿐이다.


정책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지만, 그 과정은 항상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결과만 받아들일 뿐 과정에 개입할 방법이 없다. 소수 엘리트가 다수 국민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과연 최선일까?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국민 개개인이 직접 의견을 내고, 기술을 통해 집단지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이제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직접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직접민주주의는 국민이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체제를 뜻한다. 과거에는 물리적, 행정적 한계로 실현이 어려웠지만, 이제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적극 활용해 주요 정책을 결정하며,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투표 시스템을 통해 국민 의견을 신속하게 반영하고 있다. 대만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단순히 국민투표의 빈도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투표 시스템이 조작될 위험은 없을까? 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선택을 내리면 잘못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블록체인과 AI를 활용해 더욱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인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블록체인은 투표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핵심 기술이다. 기존 선거 시스템은 개표 조작이나 부정선거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거나 개표 결과를 조작하는 사례도 역사 속에서 종종 나타났다. 그 근본 원인은 중앙화된 시스템에 있다. 투표 데이터를 특정 기관이 단독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조작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이러한 구조를 바꾼다. 투표 기록이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 원장’에 저장되며, 특정 기관이 데이터를 임의로 바꾸는 게 불가능한 구조를 갖는다. 모든 투표 기록은 네트워크에 참여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공유되고, 서로가 이를 감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설령 누군가 데이터를 바꾸려고 해도 시스템 전체에 흔적이 남게 된다.


이 원리는 한국 사회의 관계주의와도 유사하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단순한 집단주의와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관계주의는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보다 서로의 유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시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카페에 노트북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치안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특유의 ‘서로 지켜보고 감시하는’ 상호 신뢰의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지켜보기에 가능한 일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은 상호 신뢰와 상호 감시의 균형 속에서 유지된다. 관계주의처럼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아닌 모두가 서로를 믿고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선거뿐 아니라 국민투표, 예산 사용, 지역사회 프로젝트 등 다양한 정책 결정 과정에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곧 국회'라는 직접민주주의의 이상이 현실로 가까워질 수 있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투표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가 필요하며, 그 역할을 AI가 맡을 수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책의 장기적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다. 예컨대, 새로운 세금 정책이 도입되면 AI는 그 정책이 미칠 경제적 영향을 다양한 시나리오로 제시할 수 있으며,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와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블록체인과 AI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가 ‘5000만 명의 국회의원’이 되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지금의 정치 시스템은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졌다. 그 당시에는 정보의 흐름이 느렸고, 국민 개개인이 모든 정책을 이해하고 참여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정보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정치인과 정당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방식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사회가 특이점을 만들어가는 법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