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your responsibility
캐나다는 1981년부터 분리수거 정책을 수립했다고는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는 크게 분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하우스나 타운홈은 기본 세 개의 쓰레기통을 보유하고 있다. 음식물이나 정원 손질 후 발생하는 자연의 부산물을 담는 organic bin과 종이, 플라스틱 등을 담는 리사이클링 빈, 그리고 쓰레기 봉투에 담은 일반 쓰레기를 모으는 통이다.
Organic 은 매주 지정된 날짜에 수거해 가지만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는 격주로 쓰레기차가 와서 수거해 간다. 캔이나 플라스틱 음료수 병은 별도로 지정된 분리수거 장소가 있고 그곳에 공병을 가져가서 팔 수 있다.
각 가정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는 각 가정에 비치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남녀노소 국경을 초월한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쓰레기를 남의 영업장이나 공공건물의 화장실에 투기하며 양심까지 버리는 사람들의 뉴스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국경을 초월한 일이긴 마찬가지이다.
캐나다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쓰레기 통을 지정된 날짜에 맞춰 차고 앞에 내어 놓았을 때의 일이다. 추가로 버릴 것이 생겨서 나가보니 우리 집 organic bin에 다량의 나뭇가지들이 꽂혀있었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관리사무실에서 우리 집 주변 나무를 가지치기해서 여기에 버렸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다음 주에는 내가 버린 것이 아닌 모르는 음식물 쓰레기가 버젓이 들어있었다. 매주 이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잊을만하면 모르는 쓰레기가 투기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캐나다의 문화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주변에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우리 집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기하던 사람은 앞집 할아버지인데 이 분은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자기 옆 집, 우리 옆 집의 쓰레기통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있었다. 이것이 할아버지 옆집 아들의 기지로 덜미가 잡혀 할아버지는 쓰레기 투기를 중단하게 되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불법 쓰레기 투기가 이번에는 재활용 bin에서 발생했다.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지도 않고 버젓이 우리 집 재활용 bin에 쓰레기를 투척했다. 이것도 일 년에 한두 번 발생하는 일이었기에 일단 사진만 남기고 두고 보기로 했다.
어느 날의 일이다. 이른 아침,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더니 우리 집 재활용 bin에 거대한 박스가 꽂혀있었다. 박스에 붙은 주소를 읽어보니 옆 집(편의상 1호라고 하겠다)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박스를 뽑아서 1호로 찾아갔다.
문을 연 여자는 쓰레기는 남편 담당이라 자기는 아는 바가 없다며 박스를 받았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정말 우연히 동네 약국에서 옆 집 남자와 마주쳤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남자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그 말을 했다.
"우리 얘기 좀 해야지? 그치?"
그러자 그 남자는 귀까지 빨개졌고 어버버 말을 더듬으며 '박스를 버린 거 미안하다', '자기가 판단을 잘못했다', '그날 아침에 일찍 출근하느라'고 어쩌고 하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최소한 나한테 물어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자 남자는 거듭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가끔 우리 집 쓰레기통을 이용해도 되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한 템포 쉬고 답했다. "아니, 난 원하지 않아. 너희 집 거 써줄래?"
그렇게 재활용 bin 사건이 매듭지어졌다.
늘 말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오늘은 일반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어서 차고 앞에 일반 쓰레기 통을 내어 놓았다.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동네 골목에 덩그러니 우리 집 쓰레기통만 처량하게 서 있었다.
내용물을 잘 수거해 갔나 확인하려고 뚜껑을 열었더니 나를 반긴 건 무단 투기된 쓰레기들이었다. '먹다 남은 도리토스 봉지, 맥도널드 컵, 편의점 마크가 찍힌 초록 액체가 들어있던 컵, 버블티 컵'이 들어있었고 음료수는 다 흘러나와 쓰레기 통 바닥에 찰랑이고 있었다.
일단 수습을 하고 범인을 추리했다. 이 동네에 이런 10대스러운 먹거리를 취향껏 먹고 버릴 사람은 바로...... 다른 옆 집(3호)이다.
나는 비닐봉지에 무단투기된 쓰레기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 3호로 향했다. 발뺌을 하든, 투기의 장본인이 아니든 어쨌든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이 여자는 가만히 있지는 않는구나 하는 걸 알려야 했다.
3호의 벨을 누르자 10대 남학생이 나왔다. 다짜고짜 "이거 네 거니?" 할 수는 없으니 "지금 탐문 중인데, 혹시 이거에 대해서 아는 거 있니?" 하고 물으니 이 녀석...... 망설이지도 않고 "I'll take it!"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어쩌고 저쩌고 실수한 거 같다는 묻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빼먹지 않고 우리 집 쓰레기 통에 이 음료수가 다 넘쳐 나왔더라고 말해주었다. 10대 형아는 미안하다고 세 번쯤 말한 거 같다.
2018년 평택항에 다량의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가 들어왔다. 정확하게는 '돌아왔다'. 필리핀으로 수출했던 불법 폐기물 4,666톤이 거부되어 반송된 것이다.
지금 지구는 썩지 않는 플라스틱 덕분에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지속 가능한 지구는 없다>에서는 친환경을 주창하는 선진국들의 쓰레기가 인도네시아로 보내진다는 다소 충격젹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폐비닐을 땔감으로 사용하여 심각한 공기오염과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점에 대해 한 소녀가 앞장서서 각 선진국에 쓰레기를 보내지 말라고 호소문을 보내며 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기네 나라는 친환경 국가이니 깨끗해야 하고 더러운 쓰레기는 남이 떠안는 것이 선진국의 친환경 마인드인가?
나는 선진국에 사는데 나의 쓰레기통을 무단으로 이용한 사람들은 모두 이 나라 국민들이다. 부분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부분이 모여 전체가 된다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움을 느낀다.
표지그림 : Edvard Munch, Ashes, 1895
*실망스러운(-) 글을 썼으니 다음 편에는 회복(+)의 배울 점을 써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