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볼 때 조금 과대평가돼있어
한국에서 돌아온 어느 날이었다. 주말에 점심 먹으려고 거실로 나갔는데, 룸메이트 형(K형이라 부르겠다)이 피자를 먹고 있어서 합류했다. 서로 친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공유 중, K형은 본인이 4년 정도 연애를 안 하고 있다고 말을 했다.
전 여친이 나 만나고 바람을 2번이나 폈거든, 그래서 그 이후로 누구 못 만나겠더라. 도저히 그때 그 감정이 살아나지가 않더라고.
워낙 고립적인 성격인 건 부차적이고, 정말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했던, 전 연인의 바람을 목격하고 헤어진 후 충격에 빠져서 그 후 지금 까지 약 4년간 연애를 못했다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자기가 살면서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감정에 휩싸였던 연애였다고 한다. 물론 그 후로 바람을 목격하고, 상실하고, 전과 같이 진실한 사랑은 있다고 더 이상 믿지도, 자기도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니, 요즘 사실 나는 남녀 간의 사랑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과대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아 정말 내 인생에 단 한 사람은 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별하며, 그렇게 사랑했다가 이별하지만, 자연스럽게 다음 '단 한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또 헤어지고 다른 '단 한 사람'과 만난다.
이쯤 되면 '단 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다음 차례' 아닌가?라는 허무주의가 나를 덮고 있고는 한다. 결혼 '시장'에서는 서로가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점수로 매긴다. 사실 뭐 현실에서 연애도 마찬가지다. 서로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지 재고서 머리로 계산하고, 그냥 뇌의 화학적 작용이 이게 사랑이야. 하고 포장해주는 것 같다.
전반적인 사랑이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위대하고 때론 초월적이다. 오히려 과소평가돼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사랑'을 얘기하면 K-발라드에서 나오듯이 남녀 간의 구 구절 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니까 나온 말이다.
누군가 나의 이런 얘기를 듣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이 너무 고통스럽지 않아?
맞다. 그래서 내 인생이 힘들어.라고 정확히 말해 주었다.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이 있긴 한 걸까 질문하는 요즘 나는 확실히 이게 정말 현실인가 하는 생각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갑자기 래퍼 이센스의 가사가 떠 오른다. 누가 사는데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냐고, 진심으로 그게 진심으로 바란다고. 나도 그렇다. 정말 그 말이 진심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