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야, 가이드님은 매일 이런 풍경을 보면 좋겠어요?!
첫 투어를 나갔을 때, 모든 게 새로웠다. 유후인 시골마을의 풍경도, 긴린코 호수의 황금빛 물고기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플로랄 빌리지도. 가이드 일로 나갔지만 손님의 마인드로 아무도 없을 때, 주변을 둘러보며 눈에 풍경들을 꾹꾹 담았다. 사무실에서 보던 모니터가 아닌 녹색 풀밭과 나무들이 너무 좋았고, 가마도지옥의 꼬릿 한 유황냄새가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다자이후 텐만구의 따끈한 우메가에모찌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 어라? 나 생각보다 여행을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이드일을 나가는 하루를 기대했다.
진짜 맛있는 걸 매일 먹으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 지금 내 기분인 것 같다. 한적함이 가득했던 유후인은 넘치는 관광객과 좁은 길 때문에 복작복작하고, 이제는 유후인에서 밥 먹은 횟수보다 많이 본 황금빛 물고기에, 사람과 습기가 가득한 가마도 지옥, 어떤 맛인지 눈감고 알 수 있는 우메가에모찌. 모든 게 질려버렸다. 새로운 코스가 개발되면 좋겠지만, 손님이 잘 모이지 않아 출발이 불가해 늘 가던 유후인만 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새로움이 없어지고 투어를 나오면 아무 일 없이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만이 간절 해진다.
뭐든지 일이 되면 싫어진다. 아마 내가 여행을 싫어하는 이유도 여행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서 그런 게 아닐까? 매번, 다를 것 같지만 반복되는 이 일에 싫증을 느껴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옛 선인의 말이 떠올랐다. 매 투어마다 풍경은 같지만 사람은 다르기에, 손님들에게 더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었다. 첫 일본여행을 오신 나이 지긋한 손님.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행 온 손님들. 혼자만의 여행을 온 손님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여행에 한 페이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그 노력을 인정(?) 받아 지금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다른 가이드님들 교육도 담당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손님의 질문을 받은 그 순간. “아뇨!!!!!!!! 지긋지긋해요!!!!”라는 말이 앞니까지 나왔지만 꿀꺽 삼키고 웃음으로 답한다(좋다고는 답 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