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달이 보고 싶었다.
약 3 개월간의 파견 생활을 마치고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비행기. 일 때문에 수도 없이 탄 비행기이기에 이제는 설레는 감정보단 피곤함만이 남아 옆자리 커플의 여행계획을 들을 세도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1시간 정도 숙면을 취한 뒤, 눈을 떠보니 비행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길을 달리고 있었다. 창문너머에는 차디 찬 푸른색에서 뜨거운 붉은색으로, 정반대의 색깔인 그라데이션이 펼쳐져있었다. 비행기가 뜨는 순간을 잠들지 못해 보지 못 한 아쉬움 때문일까.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끝없는 지평선. 점점 어두워지는 풍경 속, 내 눈에 얼핏 하게 보이는 초승달. 순간적으로 보인 달과 그 옆에 빛나는 이름 모를 별이 너무 예뻤다. 눈으로 더 담고 싶어 바라보니 초점에 오류가 난 듯 흐릿하게 보인다. 왜 잘 안 보이지? 싶어서 한쪽 눈을 감아봤다.. 달과 별은 창문과 창틀의 경계선에 있어서 두 눈으로 보면 초점이 달라 안 보이지만, 한쪽눈을 가리니 그제야 선명하게 보였다.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봤지만 실물로 본 것 같은 감동은 없었다. 그래도 이 감동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서, 열심히 몸 비틀어 가며 찍어봤다. 셔터를 누르자마자 구름 속에 숨는 걸 보면, 눈치가 있는 녀석이다.
2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