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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작가 Sep 18. 2024

한식당에 없는 한식.

아니 분명 한식 아닌가?!

저는 일본 살면서 이게 가장 힘들어요.


여자친구 어머님의 정성스런 집밥

한국에 있을 때보다, 일본에 와서 더욱 인스타 작가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스타상으로만 알던 작가님이 후쿠오카를 놀러 오게 되어서 텐진의 한 이자카야에서 만나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 술잔의 얼음이 녹아갈 때쯤, 작가님이 말하길 '일본 갈 때, 작가님에게 한국의 맛을 선물해 드리려고 뭔가 살까 했는데 여기서도 다 팔더라고요?'. 


그렇다!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후쿠오카 놀러 올 때, 타향살이를 하는 나를 위해 여러가지 사다 주시지만 요즘 일본은 대 한류시대! 일본 편의점에서 참이슬을 살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먹거리가 정말 많이 들어왔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내 머릿속 일본의 한식당 이미지는 한국을 오래 떠난 한인들이 찾는 그런 이미지의 한식당이었다면 지금은 뭐, 요즘 1-20대 젊은 친구들이 가볍게 가서 밥 먹을 수 있는 그런 대중적인 이미지가 되어있을 정도이니. 만난 작가님도 해외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자연스레 해외의 한식당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되었는데, 작가님이 말한 것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아무리 많은 한식당이 생겨도, 찐 한국의 음식은 없다. 그렇다. 쿳파(クッパ). 국밥이 없다.


실제로 후쿠오카의 대부분의 한식당의 메뉴는 주로 삼겹살, 치킨 위주로 사이드 메뉴에 떡볶이나 김치전 같은 것이 있다. 국밥이 정말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메뉴는 한국에서 나는 그 맛이 조금씩 나기 시작한 반면, 국밥은 여전히 뭔가 하나 빼먹은 것 같은 맛이다. 아니면 그냥 메뉴에 없거나. 메뉴판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 납득은 간다. 맛있는 육수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재료를 손질하고 투입해야 하는데 그걸 해외에서 한다니. 인건비나 금액, 시간적으로 손해인 메뉴지. 그래서, 국밥이라는 음식은 한국의 음식이지만 막상 한식당에 가면 잘 없거나 있어도 먹으면 맛이 애매-하다. 


나는 국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뜨거워서 먹기 불편하고, 다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은 그 양에 부담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뜨거운 건 뜨끈함이 되었고, 배가 터지는 그 양은 푸짐함과 든든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매력을 알게 되었을 때쯤, 일본에 왔으니 뭔가를 먹어도 허전함이 느껴졌다. 맛있는 덴푸라와 흰밥을 먹어도, 유명한 한식당에 가서 김치찌개를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든든함과 구수함! 왜 그런가 싶었는데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니 납득이 갔다. 이게 다 국밥 때문이구나.


분명 어릴 때는 한식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일본에 살 때도 한식당에 가면 괜스레 손해를 보는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주기적으로 한식수혈을 해주지 않으면 불편한 포만감이 느껴지는 몸이 되어버렸다. 푸짐한 국밥과 더불어, 옥상에서 먹던 두꺼운 삼겹살이나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먹으면 '매콤하네'라고 느껴질 정도의 떡볶이, 내 입맛에 맞춰 겨자를 듬뿍 넣은 냉면 등. 비행기를 통해 넘어올 수 없는 그 맛들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 줄이야. 나이를 먹었다 생각하기엔 너무 슬프니 입맛이 바뀌었다 생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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