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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공주면 어때?

등교복에 대한 심오한 고민


몇 년 전 동료 선생님이 어떤 학부모께 전화를 받고 속상해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가 버*리 코트를 입고 등교했었는데, 그 코트를 입지 않고 집에 왔다고. 학교에서 잃어버린 것 같으니 찾아달라고.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고가의 옷이라 어쩔 수 없이 다음 날까지 기다릴 수 없어 전화드렸다고.


  "왜 그런 비싼 옷을 입혀가지고!!"


 전화를 받을 당시 동학년  회의 중이던 그 선생님은 회의가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가셨다. 학생의 의자 위에 얌전히 걸려있는 문제의 살떨리게 비싼 그 코트를 찾아서, 혹시  또 분실할까 염려되어 선생님 사물함에 고이 넣어두었다고.



 가끔 체육 활동이 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치마에 번쩍이는 큐빅이 달린 아슬아슬한 샌들을 신고 등교하는 여자 친구들이 있다. 아마 엄마가 체육 활동 있음을 깜박 하셨겠지. 그래서 전 날 알림장엔 반드시 다음 날 체육 활동이 있으니 편한 바지를 입고 오라고, 그렇게 안내를 하곤 한다. 여자 친구들에겐 다시 한 번 "내일 치마 입고 오지 마세요"라고 다짐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 날 바로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왜 여자애들을 바지만 입고 등교하라고 하냐"고, "학교는 치마 입으면 안되는 곳이냐"고. 오해가 있으신 거 같다, 다음 날 체육 활동이 있어서 편한 바지를 입고 오라는 거지, 학교에 바지만 입고 오라는 것은 아니었다고, 변명 아닌 설명을 하면서도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던 일도 있다.


 1학년 학부모니까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 얼굴을 보고 하는 말보다  문자로만 전달되는 말에는 문맥상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도 학교 활동에는 꼭 체육 활동만 신체 활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운동장 뿐만 아니라 강당, 교실에서 수시로 게임, 율동, 놀이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편한 옷으로 등교시키는 것이 아이에겐 좋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활동하기 불편하면 아이에게 결코 플러스가 되지 않을 터.


 또한 너무 고가의 옷도 되도록이면 가족 행사나 특별한  입히고, 학교에는 물감이 묻어도, 밥을 먹다가 국물을 떨어뜨려 얼룩이 져도 괜찮은 실용적인 옷을 입혀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비싼 옷에 얼룩이라도 묻을 세라 조심조심하며 활동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날



그런 소신으로 교육하던 이 사람이!!



 내 딸에겐 한 번 쯤은 "어머나, 너 오늘 예쁘게 입고 왔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샤방샤방한 옷을 입히고 싶은 것은 또 어떤 조화속일까? 입학식에 입혔던 연분홍 트위드 원피스를 옷장에 묵혀두기만 하기엔 아깝다는 핑계로 오늘은 곱게 꾸며 보았다. 그 위에 봄맞이 가벼운 외투도 걸치고, 스팽글이 반짝이는 구두도 신겨 보았다. 머리를 곱게 빗겨 네이비색 리본 핀도 꽂아본다.


 완성!! 신입생 룩!! 공주 패션!!


 엄마는 만족한다.




하굣길에 만난 몽실이~


단정했던 아침 옷차림은 이미 흐트러진 상태. 자켓의 지퍼는 활짝 열려져 있고, 리본 핀은 삐툴, 자켓 밖으로 원피스의 칼라가 삐죽!



 그래도 엄마는 묻는다.


 "우리 몽실이, 오늘 선생님께 예쁘다는 소리 좀 들었어?"


 몽실이는 갸웃.


 "아니, 우리 선생님은 그런 말씀 안하셔."


  엄마 조금 실망.


 "그래? 그래도 속으로 우리 몽실이가 오늘 좀 예쁘네 하고 생각하셨을 거야. 엄마가 보기엔 너무 예쁜 걸!"


 몽실이 다시 갸웃.


 "근데 엄마, 이쁜 것도 좋은데, 오늘 나 너무 불편했어! 다신 이 옷 안 입을래!"


 아이고! 이게 왠 배반의 장미?


 "이뻐지려면 참아야지! 예쁜 것은 불편한 거야."


 이 또한 왠 괘변인가! 엄마답지도, 선생답지도 않은 답변이다.


 


 결국은 엄마의 로망, 엄마의 만족을 위해


우리 몽실이가 오늘 하루 불편한 옷을 입고 봉사해준 거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몽실아~


엄마도 공주 엄마가 한 번 되보고 싶었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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