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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Apr 10. 2023

그녀의 이중 생활

학부모 상담을 대하는 초보 엄마의 자세

드디어 1차 학부모 상담 기간.

대학생이 된 첫째는 패스,

둘째 그리고 늦둥이 몽실이이 학부모 상담 기간.

2주 전부터 학부모 상담 알림 안내장이 날아오고,

고민끝에 신청을 했다.

고등학생인 둘째 상담은 필수. 


그런데 

늦동이 상담 신청은 좀 망설여지긴 했다.

눈으로 봐도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한 거 같고,

매일 매일 성실히 올려주시는 담임선생님의 밴드 글과 사진만 봐도

문제없이 초등학교에 입성한 듯 하여

학부모 상담을 굳이 신청할까 고민되었다.


전쟁같은 3월을,

그것도 초등 1학년 담임 선생님의 입장에서

그 흉포한 계절 3월을 얼마나 힘겹게 지내오셨을지 

짐작이 가기에,

4월 시작하자마자 시작돤 

2주간의 상담 기간에,

나까지 곁들여 고단함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 반,

그래도 학교에서만 보일 앙큼한 우리 몽실이의 비화를 듣고 싶은 마음 반.

결국 비대면 상담칸에 체크하고, 

간단히 메모를 남겼다.

전화 상담을 신청하기는 했으나, 

선생님이 보시기에 별 문제 없으면 이번에 넘어가고

2학기 상담을 신청하겠다고.

1번에서 3번까지 희망 날짜와 시간을 표시하라는 곳도 빈칸으로 두었다.

어차피 

육아휴직 기간, 남아도는 것이 시간이니

남들이 희망하지 않은 빈 시간에 넣어주시라고.


신청서를 보내자 마자

몽실이 담임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오시라고. 학교에 와서 대면 상담 하시자고.

내가 담임 선생님의 수고를 알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런식으로 신청서를 써서 낸 것을 간파한 선생님.

편한 선후배 동료교사였던 관계여서,

난 농담을 섞어

"우리 딸이 그렇게 문제가 많나? 나 화장도 하기 귀찮고, 

문제 있으면 그냥 전화로 하자"고.

담임 선생님의 까르르 웃음소리가 들린다.

"보고 싶으니까 오세요"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아 그러마 하고 대답을 하고

다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실, 담임교사에게 

1년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뽑으라면,

3월 초와 상담 기간이 아닐까.

몇 마디 주고 받지도 않고 형식적으로 끝나는 상담이 뭐 그리 

힘들다고 엄살이냐고 

누구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담임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학부모 상담 전에 준비해야 하는 일도 상당하다.

학생 상담도 진행해야 하고,

상담 기간에 서로 이야기 나눠야 할 기초 자료도 정리해 둬야한다.

수업이 끝나자 마자 퇴근 시간까지, 어쩔 때는 퇴근 후에도

이어지는 상담으로 인해

다음 날 수업 준비, 각종 업무, 공문처리 등

매일 처리해야 하는 일이 뒤로 미뤄지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담스러운 것은,

혹여 내가 하는 말의 뉘앙스, 단어, 또는 표현 등이

오해를 불러오지 않을까,

학부모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거 같다.


그래도, 

학급의 20여명의 학부모들과 전화로, 또는 대면으로 

상담을 마치고 나면,

몸은 죽도록 피곤해도

참 겸손해지곤 했었다.

담임은 그 아이 개개인의 마음 상태, 환경 등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하나의 덩어리, 학급원으로만 보는 경우가 많고,

학급에서 그 아이의 말, 행동, 태도 등으로

그 아이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상담을 하고 나면,

아이의 각자의 입장, 환경, 그 마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존재인 것을,

사랑받기에 마땅한 존재인 것을,

담임인 나는 왜 망각하고,

존중해주지 못하고 오해하고, 단정지었을까

미안해지고, 겸손해지고,

반성하게 된다.

그래서 학부모 상담은

학부모에게보다는 담임에게 더 필요한 

활동이라고 내 딴에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그런 담임 입장이 아니라

초등 1학년 학부모 입장에서,

1차 학부모 상담에 임하게 되었다.

하루 종일 수업하시느라 목이 다 쉬셨을 텐데,

연달아 상담까지 하시느라 고생하실 몽실이 담임샘에게

시원한 음료 한 잔 사 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느끼며 교문을 들어섰다.


교실에 들어서니

오히려 선생님이 비타민 음료를 내게 대접하신다.

염치가 없다.


요즘은 음료 한잔도 학교에 가져 갈 수 없어 죄송하다며

민망해 하시던 학부모님들이 생각나서 

나도 똑같은 멘트를 몽실이 담임에게 건내본다.


여전히 김영란 법이고 뭐고, 

선생님 드리고 싶어서 가져왔다며

상담기간에 간식거리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

고맙지만,

담임 선생님들에겐

정말 난처한 일.

거절하자니 민망하고 미안하고

그렇다고 받을 수도 없다ㅠ.ㅠ

그러나 그 학부모님을의 마음이 이젠 내 마음이 되었구나.


하지만, 가장 상담기간 난처한 경우는,

아마도 시간을 지키지 않고 연락도 없이 늦으시거나

늦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상담 학부모와 상담 중에 

막무가내로 들어와서 상담을 하시겠다고 하시는 분들 ㅠ.ㅠ

또는 다음 차례 학부모님이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본인 시댁이야기, 친정이야기

남편이야기...끊임없이 하소연하시는 분들 ㅠ.ㅠ

얼마나 속상하신 일이 많으시면 아이의 담임에게까지 와서 인생 상담을 하실까 하는 

공감가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학부모 상담에는 자녀의 교육에만 초점을 맞춰서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또,

작년 담임선생님의 험담이나 칭찬도

현 담임이 듣기에는 거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작년 담임선생님 험담을 하며 현 담임선생님을 칭찬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듣고 있는 담임 선생님은 좋게만은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작년 선생님이 '이것도 해주셨다, 저것도 제공해주셨다'등의 칭찬도

현 담임 선생님의 보족함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고,

작년처럼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어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녀의 현재 학교 생활에 집중해서

상담하는 것!

그것이 학부모 상담의 가장 중요한 목표일 것이다.


한 달만 지내봐도

담임 눈에는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어느정도 파악된다.

문제 행동들은 일주일만 지내봐도 눈에 띄게 마련.

친정 언니는 굳이 선생님께 내 자녀의 단점을 미리 말씀 드릴 필요가 있냐며

자녀의 문제점을 감추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보이는 단점이라면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집단생활에서는 더욱 눈에 띄기 마련.

선생님께 우리 자녀가 이런 이런 문제점이 있지만, 가정에서도 성실히 지도하고 있다고

미리 말씀 드린다면,

선생님도 아이를 더욱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그 아이가 혹여 학교에서도 문제점을 보인다 하더라도

가정에서도 이 점에 대해 애쓰고 계실 텐데

나도 좀 참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다독여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상담을 할 때

아이의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모든 학부모의 마음이겠지만,

나는 우리 아이의 고칠점을 듣고 싶다.

칭찬은 어디서든 들울 수 있지만,

문제점은,

특히 가정에서 모르는 집단생활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담임 선생님이 정확히 파악하고 계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담임 선생님들은 

학부모 상담 기간에 학부모를 처음으로 개별적으로 만나

원만한 신뢰관계를 맺고,

아이가 바르게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담임과 부모가 서로 협조해 나가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의 부모님들께

아이의 문제점을 말씀 드리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이다.

그 누가 첫 대면부터

"당신의 자녀는 이런 이런 행동들을 보이고 있으며, 고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말을 듣고 싶겠는가!

우리 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만 미워해서, 

또는 오해해서, 

또는 어떤 편견으로,

저런 말씀을 하시나 하고 학부모님들이 오해할까 우려하며,

담임은 고심하고, 고심하며

어렵게 문제점을 꺼낸다.

보통 10가지의 고칠 점이 있다면,

그 중 가장 심각한 1~2가지만 꺼내보고,

부모님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그럴리가 없다고 부정하시거나 그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시거나

오히려 담임이 우리 아이를 잘못 봤다며 억울해 하시는 경우는

아이의 행동 교정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담임의 말을 신뢰하고, 가정에서도 노력하며 협조하겠다고 하시는 부모님들의 자녀들은

저학년일수록 쉽게 행동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속상하실 거다.

나의 잘못을 지적받을 때보다

내 자녀의 잘못을 들었을 때 더 속상할 거다.

죄책감도 들고,

안타깝고, 절망스럽기도 할 듯 하다.

내 문제라면 내가 고치면 되지만,

아이의 문제라면 학교까지 쫒아다니며 고쳐주기 어려우니 

막막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변화한다는 것!

특히 

부모님의 적극적인 노력과 

긍정적인 태도는 아이를 훨씬 빠르게 변화시키곤 한다.

그래서

담임은 일종의 사명감을 느끼며

학생의 문제 행동을 부모와 상담하고자 한다. 

고자질이 아니다.

자식 교육 잘 못 시켰다고 손가락질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1년 동안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더 밝게, 바르게 생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프고 속상하더라도 부모에게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다.


칭찬만 늘어놓을 수는 없다.

사람이 칭찬만 듣고 살 수 없듯이

우리 자녀들도 마찬가지리라.



칭찬이든,

혹은 문제점을 듣든

몽실이의 학교생활이 궁금하긴 하다.

엄마의 눈이 아닌

타인의 눈,

우리 아이의 교육을 맡아주고 계신 담임 선생님의 눈에 비친

몽실이가 어떤 모습일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살풋 설레며 기대되기도 한다.


약 20분간

진행된 상담.


집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며

돋보이고 싶어하고,

항상 게임에서 이기기고만 싶어하고

어쩌다가 가위, 바위, 보에서 지기만 해도

속상해하며 눈물 글썽이는 

천상 공주님,

애같은 8살 몽실이.

걱정이 많이 된다. 

학교에서도 대접만 받고 싶어할까봐.


"아니에요! 학교에선 양보도 잘하고, 게임에서 져도 울지 않고!"

담임 선생님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난다.


몽실아,

너의 사회적 포지션이 공개되는 순간이구나.

앙큼하게도!

누울 잘리를 알고 다리를 편다고,

교실에서는 

늦동이, 막둥이 노릇은 못하고 있구나.

너도 눈치를 보는구나.

하! 하! 하!


너의 이중생활에

엄마는 어찌 이리 안심이 될꼬.




학부모 상담 tip  


    내 아이의 학교 생활에만 집중해서 상담에 임하기  - 다른 아이의 험담, 전 담임 험담 및 칭찬은 피하기  

    상담 약속시간 꼭 지키기  - 연달아 상담이 진행되므로 너무 늦거나 일찍 가지 않기, 시간을 못지키게 된 경우 미리 연락드리기  

    간식 거리, 선물 등은 챙기지 않기   

    담임이 어리다고 반말하지 않기  

    상담 전 문의하고 싶은 내용은 메모해서 가져가기  

혹 마음이 아픈 말을 듣더라도 담임을 신뢰하며 우리 아이는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노력해 보기

    값비싼 명품으로 담임 선생님은 절대로 기선제압 당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소박하고 단정한 옷차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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