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미학, 배움의 시작

생각이 나를 가로 막았었다

by 정우다움

섹소폰을 배우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정년퇴직 후 여유가 생긴 60세 전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히려 그 시점에서는 다양한 기교나 잘못된 습관을 이미 몸에 익힌 상태로 배우려 하다 보니, 첫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노래를 배우는 젊은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창법이나 기교에 이미 물들어 있어, 순수하게 기초부터 다시 배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에 비해 아무런 음악 지식도 정보도 없던 사람이 섹소폰을 배우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조금 느려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배움이 쌓일수록 오히려 더 탄력을 받고,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그 이유가 ‘비움’에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적은 ‘내 생각’이었다.

‘나는 좀 안다’는 마음, ‘나는 재능이 있다’는 작은 교만이 오히려 배움의 문을 막고 있지는 않았을까?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판단과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바라보면, 그 사람의 진심은 들리지 않는다. 상대가 문제가 아니라, 듣는 내 마음이 이미 막혀 있는 것이다.


배움이란 결국 겸손함을 배우는 과정이다.

작은 가르침에도 내 생각을 덧붙이지 않고,

그저 고요히 받아들이는 마음.


나는 그동안 자부심과 교만으로 배움을 멀리했다.

스스로를 ‘재능 있다’고 속이며 진정한 배움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배움의 시작은 나를 비우는 데 있다는 것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한다.

바보처럼 순수하되, 마음은 지혜롭게 깨어 있을 것.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더 깊은 배움을 만나고 싶다.


당신의 배움은 어디서 시작 되고 있나요?

우리가 이미 쥐고 있는 생각과 자부심을 잠시 내려놓을 때,

세상은 훨씬 더 깊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비움은 결핍이 아니라, 더 큰 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다.

나를 채우려 애쓰던 시간보다, 비워내는 순간이

훨씬 더 큰 깨달음과 선물을 안겨준다.


오늘, 작은 숨 한 번 고르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바라보자.

그 안에서 배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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