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보다 먼저, 나를 알아야 했다
과거 인연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조건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지를 알게 됐다.
그 사람은 따뜻하고 진심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늘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어떤 선을 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 속에서
나는 문득 자주 혼자라는 기분을 느꼈다.
무엇이 문제일까.
왜 내 마음은 자꾸만 서운함을 느끼고,
왜 자꾸만 “내가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머무르는 걸까.
그리고 어느 날,
그 조용한 거리감 속에서
삶이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 사람은 너를 거절하는 게 아니라,
네 안에 있는 오래된 믿음을 비춰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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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믿음은 이런 것이었다.
• 사랑받기 위해선
무언가를 갖춰야 한다.
• 인정받기 위해선
증명해야 한다.
• 함께하기 위해선
뭔가를 먼저 이뤄야 한다.
이 믿음은
결국 “나는 지금 이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믿음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깨달았다.
“내가 가진 게 없어도,
누군가의 기준에 맞지 않아도,
나는 이미 충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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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종종,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음으로써
더 깊은 진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이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원하는 걸 얻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나는 완전하니까.”
그 깨달음이 마음에 자리 잡자
무언가를 향해 애써 쥐고 있던 손이 조금씩 풀렸다.
그리고 그 빈손에,
잊고 있던 평온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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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도 달라졌다.
섹소폰을 불고,
글을 쓰고,
삶을 만들어가는 모든 순간이
더는 결핍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내가 부족하니까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이니까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아주 조용하지만,
삶 전체의 색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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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나
나는 삶의 순서를 새롭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최선을 다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잘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는 걸.
바로 “이미 충분한 나 자신을 깨닫는 일”이었다는 걸.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결핍에서 출발할 때는
언제나 불안이 따라온다.
하지만 충분함에서 출발한 노력은
그 자체로 기쁨이 되고,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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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마음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나는 이미 충분하다.
그러니 이제, 그 충분함을 세상에 표현해보자.”
이제서야
진짜 의미 있는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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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걸 얻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이미 충분한 존재이므로.
그 진실 하나가,
오늘 나를 가장 깊이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