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야

결점을 받아들이는 아주 사적인 연습

by 정우다움

사실 나는,

서운함을 잘 느낀다.

별거 아닌 말에도 기분이 상하고,

속으로 욕도 많이 한다.

청소는 잘 안 하고,

꾸준하지도 않다.

뭘 잘하는지 모르겠고,

솔직히 좀 말랐다.


나는 인정받고 싶어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가끔은 "사람 진짜 역겹다"는 생각이 올라오기도 한다.

부족한 게 많고,

어떤 날은 장애인을 보며 이상한 감정이 올라오고,

그러고 나면 죄책감도 몰려온다.


나는 지성피부를 가졌고,

내 기름샘은 성실하기 짝이 없다.

나는 이기적이고,

한심하고,

사람들을 조종하려 들고,

무능력하다고 느끼고,

거절당할까 봐 두렵다.


나는 나를 꾸미고 포장해왔고,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자부심은 또 있다.

정상이 아닌 것 같고,

나는 괴짜고,

피해망상도 있다.

심지어, 배우는 걸 싫어하는 나조차 있다.


이걸 쭉 적고 나니까,

잠깐 현타가 왔다.

“와... 이걸 글로 써도 되나?”

“내가 이런 사람이란 걸 사람들이 알면 어떡하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다음 순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부끄럽고 창피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호킨스 박사님은 말한다.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법은

모든 결점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심지어 그게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본다면,

그조차도 받아들이라고 하셨다.


왜냐면

그걸 인정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숨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 모든 나를

있는 그대로 안고 가기로.


불안한 나,

역겨움을 느끼는 나,

비겁한 나,

조종하려는 나,

모자란 나,

배우기 싫은 나.


그리고,

그 모든 나를 보며

조금은 웃을 수 있는 나도.


결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이 모든 건 그냥 ‘나’니까.

나라는 퍼즐을 이루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이니까.


그러니 오늘,

나도 나에게 이렇게 말해본다.


“이게 나야.”


그리고 이게 나여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살며시 안아주기로 했다.

그렇게 내 안에서 떠들어대던

그 아이는 조용히 물러나고

어느새 진짜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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