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다는 말

by 정우다움

오랜만에 그녀와 야외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휘청거리는 두 커플이 두 손을 마주 잡고 스케이트장에 올라섰다.

둘은 너무 오랜만이라 그럴까? 롤러를 타고 서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툭하면 넘어질 뻔했지만 내 손을 잡고 있었기에 결코 넘어지지 않았다.

한 바퀴를 돌고 쉬고, 또 돌고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그녀는 내 손을 잡지 않고도 홀로 다닐 수 있는 실력을 뽐냈다.

과거의 기억이 다시 그녀에게 맞닿아 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럼에도 혹시나 몰라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달리던 그때, 결국 사건이 나고야 말았다.


달리던 그녀는 순간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나의 빠른 순발력으로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려

그녀가 바닥에 떨어져 받게 되는 충격을 최소화시켰다.

그 덕분에 그녀는 멀쩡했고 다시 기운차게 일어났다.

그때 내가 그녀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자~ 이제 맘껏 넘어져도 되겠다, 그지?”


넘어질까 두려웠던 이 커플은 언제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충격 완화제 같은 역할을 서로 해주고 있던 것이다.

언제든 넘어져도 된다는 것, 이것은 아마 나 스스로에게도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언제나 넘어져도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통해 서로를 이끌어 준다.

마치 그녀가 넘어지려 할 때 내가 그녀의 손을 번쩍 들어 올렸던 것처럼.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들 속에서 잠깐의 움직임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것 같았다.

오붓하게 벤치에 앉아 먹은 간식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시린 바람에 볼이 빨개진 줄도 모르고 노는 어린아이의 얼굴도,

빨개진 손을 마주 잡고 달리던 커플들도.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지던 하루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평범한 하루가 결코 평범하게 다가오지 않는 하루였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