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하고 싶다고?"
초등학교 4학년, 휠체어를 탄 아들이 갑자기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축구를 하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네이버, 구글, 다음 등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봤지만 휠체어 타고 축구를 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병원에선
" 우리나라엔 없는 희귀병입니다... 외국엔 10살까지 산 아이가 있긴 한데.. 아이가 원하는 걸 하게 해 주세요.."
그랬던 아이가 지금 초등학교 4학년 11살이 되었고, 이미 더 살고 있다. 그리고 더 살 것이다.
아들은 돌 전에 이미 고관절이 탈골된 고관절을 고정하는 하체 깁스를 했고, 목에 이상이 있어 마취가 어렵다고 했지만 그 위험했던 수술을 견뎠다. 5살에 겨우 목을 가누고, 6살이 되자 말을 했던 아들은 1년 중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생활했고, 매일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공부가 뭐가 중요해? 건강하게 하루라도 더 사는 게 중요하지..'라고 생각했기에 굳이 한글을 알려주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당연히 또래 아이들보다 늦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7살 어린이집에서 숫자와 한글, 간단한 영어까지 배워 우리를 놀라게 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기까지 10곳이 넘는 학교에서 입학거절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입학을 허락해 준 학교 바로 앞 빌라에 살고 싶어 2년 기다리다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뭐가 중요한지..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본인이 장애인이라 공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매일 아침 등교 때까지 받아쓰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성적이 좋았다.
학교에서 진행한 한자수업 시간에도 자격증을 매번 취득할 만큼 열정을 다했던 아들이
"그래, 휠체어 타고 축구하고 싶구나~ 다른 건?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또 있어?~"라고 묻고, 야구연습을 할 수 있게 준비했지만, 그 와중에도 '휠체어 타고 축구'하는 곳을 계속 찾아보았다.
국내외 모든 검색창에 '휠체어 축구'를 검색했다.
그러다 영어로 'power soccer'를 검색해 봤는데.. 기적처럼 휠체어 타고 커다란 공을 차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오~ 이런 기적이??
순간, 숨을 쉬는 것도 잊고 얼마나 열심히 검색을 했는지 한참 뒤에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대체 숨을 왜 안 쉰 거야? 얼마나 숨을 멈추고 있었던 거야?
스포츠 조끼를 입은 일본 선수 휠체어 뒤엔 커다란 산소통을 달려 있었고, 얼굴엔 병원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었는데, 납작하게 낮은 휠체어 앞에 달린 가드를 이용해 커다란 공을 힘차게 차는 모습은 내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너무 신기했다. 내가 알고 있던 축구공보다 훨씬 더 큰 둥근 공이었다.
우리나라도 선수가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다시 찾기 시작했다.
'00 복지관!' 드디어 찾았을땐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와~ 드디어 찾았어!!"
엄청난 승리를 한 것처럼 얼마나 난리를 쳤는지..
바로 남부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프로그램 신청을 하기 위해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이미 인원이 찼어요"
"아.. 인원이 몇 명인데요?"
"5명 미만요!"
"그럼 대기할수 있을까요?"
"어려워요. 이미 인원이 다 찼고, 대기는 안 받습니다."
정원이 5명 미만, 이미 마감되었고...대기도 불가...
" 그럼... 경기 연습 하는 거 구경해도 될까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요"
... 생략.. ( 뭐라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좋은 내용? 기억? 답변은 아니었음...)
실망할 틈도 없이 며칠 뒤 장애인부모회에서 만난 00 언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 잘 지냈어~"
"네~ 잘 지내셨어요"
"아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
"비슷해요.. 생략.."
"이번 주 주말 시간 있어? 뚝섬역 한강 장애인농구장에서 휠체어 타고 축구하는데, 와 볼래?"
"..."
순간 또.. 숨 쉬는 걸 잊어버림.. 너무 놀라.. 눈이 커지고, 설레고, 기쁘고.. 말로 다 표현이 안됨..
"자기야??"
"언니가 하는 거예요? 그 프로그램?"
"응"
"안 그래도 제가 며칠 전에 전화했는데, 참가자 더 신청 안 받는다고 해서.. 제가... 생략"
" 갈게요. 꼭 갈게요. 짱구(가명) 데리고 꼭 갈게요"
그리고 며칠 뒤 아들과 함께 장애인 농구장에서 처음 휠체어 축구를 봤다.
휠체어축구를 본 아들은 너무 좋아했고, 나는 신나 했다.
아들이 좋아하니, 아들이 좋아했던, 아들이 하고 싶다던 그 축구~~였다.
"와~ 짱구야~ 엄마가 해냈다~~ 와~~"
" 언니, 짱구도 프로그램 신청하고 싶어요. "
" 음.. 프로그램 신청 어려워.. 예산도.."
"네? 그런데, 왜 오라고 하셨어요?"
"아니.. 구경 한번 오라고 한 거지."
그렇다고 '네~고생 많으셨어요. 다음에 봬요~"라고 돌아설 내가 아니다.
"엄마, 나도 하고 싶어!"
이 한마디에 망설일 수 없었다.
아들이 하고 싶다잖아..
그리고 내 아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
병원에서 말한 10살.. 이미 4년이나 지났고, 언제까지 살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엄마가 예의 바르게 '네, 알겠어요'라고 말하겠는가?
절대, 네버, 안된다고 말했으나 난 이미 스마트폰으로 '중고나라'를 검색했고, 중고 휠체어를 검색해 판매자와 거래를 마쳤다. 바로 내일 구입하러 간다고도 했다.
"뭐? 축구 못 하는데, 휠체어를 샀어?"
"넵!! 여기서 하실 거잖아요. 갖고 있다가 선수 필요할 때, 선수 펑크 날 때, 대기선수로 매번 오겠습니다. 무조건 올려구요. 허락 안하셔두.."
그렇게 시작됐다.
내 아들의 첫 번째 휠체어축구.
지금 아들은 휠체어를 타고 팀원들과 상대방 선수들과 경기장 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 선수로, 상위 등수를 지키는 팀의 주장으로
엄마의 끈질김과 땀방울로 시작한 ' 휠체어축구 프로그램 '
"휠체어 타고 축구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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