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가 하고 싶구나~ 다른 건?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또 있어?~
" 축구를.. 하고 싶다고?"
초등학교 4학년. 휠체어를 탄 아들은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축구는 불가능했다.
고관절은 탈골이 된 상태, 걷기는커녕 혼자 서 있지도 못하는데..
"축구하고 싶어!"
나는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동그랗게 커진 눈을 아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 크게 숨을 마시고 다시 아이를 쳐다봤다.
" 축구가 하고 싶구나~ 다른 건? 다른 거 하고 싶은 거 또 있어?~"
"야구도 하고 싶어!"
"야구? "
되묻는 내 얼굴을, 아이는..
나와 할아버지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살폈다.
아들은 어른들의 표정을 읽는 것만 같았다.
누울 자리인가? 아닌가?
" 그래! 야구할 수 있지!"
잠시 날 쳐다보며, 내 대답을 기다리는듯하던 아버지는 , 손주가 실망할까 염려되셨는지 빠르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견갑골이 없이 태어난 아들은 혼자 앉아 있기도 어려웠다.
한 손에 야구 글러브를 끼고, 다른 한 손에 야구공을 잡고...
'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던 할아버지는 이마트에서 멋진 야구방망이와 글러브, 야구공을 사 오셨다.
뛸 듯이 신나 하며, 함박 미소를 짓던 아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견갑골도 없고, 척추 측만증도 심한 아들은 야구배트를 잡았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배틀의 무게에 당황해하며, 날 쳐다봤다.
" 괜찮아?"
" 아코, 무겁네. 헤헤~ 글러브 껴 볼래~"
작고 작은 손가락에 글러브를 끼우며 신나 하던 아들은 손가락에 힘을 주어 글러브를 모아보려고 안간의 힘을 썼고, 그 역시 어려워지자
"좀.. 큰가? 헤헤 "
머쓱해했다.
"배트도 글러브도 무게가 있어야 힘이 붙는다, 매일 연습하면 근육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지지~ 할아버지랑 매일 연습하자~"
하지만 배트가 무겁다 보니 아들은 배트를 드는 횟수가 점점 줄었고, 어느 순간 거실 구석에 처박혀있었다.
퇴근하고 집 문을 열 때, 너무 신나게 웃는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1.8L 콜라 페트통 뚜껑에 나무를 끼어 넣어 검은 테이프로 돌돌 말아 붙인 후 색종이로 꾸민 가벼운 배트를 휘두르고 있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야구 배트를 만들었다고 자랑을 했다.
아버지는 천장에 나사를 박고, 긴 고무줄을 매다셨는데, 그 끝엔 하얀색 야구공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아들은 연신 큰 소리로 까르륵 웃으며, 천장에 매달린 채 허공에 떠있는 야구공을 신나게 치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내볼엔 뭔가가 흘렀다. 어깨가 들썩였고,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올까 봐 두 손으로 입을 막아 방으로 뛰쳐 들어왔다.
'아..'
옷을 갈아입고, 빨갛게 충혈되어 부은 두 눈에 종이 부채질을 하며, 천장을 바라봤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아..' 속으로 중얼거리며..
거실로 나오자
" 엄마, 이거 봐라~ 나 잘해! 봐봐~"
" 와~ 멋지다, 누가 만들어줬어?~"
" 할아부지가~"
너무 멋진 우리 아빠
날 너무 사랑한 우리 아빠
집 앞에서 매일 기다리던 우리 아빠
너무 보고 싶은 우리 아빠
아빠가.. 보고 싶은 밤
' 에고..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