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리고... 안 보이고.. 그리고..
" 100일을.. 넘기기 힘듭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
아이를 바라보면 울고 있는 우리 앞에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다가와 그렇게 말했다..
그사이 아버진 병원장을 고소하겠다며 하루 종일 산부인과 원장실에 없는 원장을 찾아다녔고, 변호사는 병원을 상대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니 포기하라고 했다.
큰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내 아이와 또 그 옆에 나란히 누워있던 아이도 병원을 상대로 한 달째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고 했다. 병원과 법원,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며 아이의 부모는 많이 야위였고, 생사의 갈림길에 매우 괴로워했다. 너무 미안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이유도 알 수 없어 더 미안하고, 미리 알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초점 없이 날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미안했고, 물도 삼키지 못해 긴 호수를 목구멍 깊숙이 넣어 우유를 먹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했다. 아니 미안하다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죄책감에 시달렸다.
봄을 알리는 4월이었지만 여전히 춥고, 살을 에는 날카로운 바람에 뼈까지 시렸다.
인큐베이터 속 아이는 기저귀를 찬 채 심장기능을 체크하는 전기선, 영양을 공급하는 수액.. 그리고 알 수 없는 수많은 선들이 엉켜 있었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태어난 지 4일.. 아이는 내가 알지 못하는 검사를 하느라 매일 피를 뽑고, 또 뽑았다. 더 이상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절규에 애가 타고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다 원망스러웠다..
"그러게.. 내가.. 그 병원 싫다고 했잖아.. 내가 처음부터 그 병원 싫다고 했는데.. 왜 아무도 내 편은 안 들어주고.. 왜 괜찮다고 했어.. 왜 나보고 예민하다고 했어.. 내 말이 맞잖아.. 내 말이.."
내 말에 공감하는 가족도 있었고.. 차마 상상하지 못한 잔인한 말들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어떡해 이래.. 어떡해.."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고
"우리나라엔 없는 희귀병입니다... 안 들리고, 안 보이고.. 그리고.. 앞으로 장애를 갖고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고, 내 목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내 반응을 보며 웃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착각이라고 했다. 아니라고 했다.. 목도 못 가누는 아이에게 보청기를 맞춰야 한다고 했고, 헤드셋 같은 보청기를 아기에게 씌우자 아이는 공포감에 치를 떨며 매섭게 울었다. 그리곤 '인공와우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 늦게 전에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불안했다.
임신하고 기형아검사를 했을 때도 불안했었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랬겠지만, 불안의 차이는 큰 아이때와 너무도 달랐다..
이번에도 너무 불안했고,
역시 느낌이 달랐다.
엄마의 '촉'은 남다른 걸까..
이번에도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아산병원에 '인공와우수술'을 더 잘한다는 교수님이 있어 어렵게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았다. 타 병원 '인공와우수술을 한 달 남긴 상태'였다.
결과는..
" 중이염입니다! 간단한 수술이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감사하고.. 또 감사했지만....
북받쳐 오르는 뜨거운 눈물은 안도감과.. 더불어..... 끊어 오르는 분노의 눈물이었다.
중이염 수술을 예약하고 돌아오며.. 큰 병원의 오진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한 아이의 인생을.. 한 가정을 파괴하는 끔찍한 오진이였다..
한 달 남은 수술을 취소하자 그 병원 교수는 " 멍청한 엄마!!"라며 내게 소리를 질렀다.. 화가 치밀었지만.. 너무 많이 났지만.. 또 참았다..
왜 다들 참으라고 하는 걸까?
왜 다들 착한 사람이 되려 하는 걸까?
왜 나한테까지 참으라고 하는 걸까?..
..
그리고..
.
.
난..
.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
.
. 인공와우 수술이란?
고도 환자의 와우에 이식하는 수술로 감각신경성 난청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기 신호를 통해 소리르 전달하여 청력을 개선하는 의료시술
. 인공와우 작동 원리
외부 소리를 감지하여 전기 신호롤 변환하고, 이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두 가지 주요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외부체 착용하는 어음처리기는 소리를 감지하고, 피부 아래에 위치한 내부 임플란트로 신호를 전송하여 청신경을 자극합니다
. 수술 대상자
주로 고도 난청(70db 이상)으로 보청기로도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며, 연령 제한은 없으나 언어 습득 후 청력 손실이 온사람, 청력 손실 기간이 짧은 사람, 그리고 수술 및 재활에 대한 동기가 큰 경우 더 우수한 결과를 기대
출처 : med-el
그림 출처 : 삼성서울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