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우리가 학교 가고 나면 뭐 해?"
큰 아이가 아침밥을 먹다 무심한 듯 툭하고 물었다.
"운동하고 씻고 밥 먹고 청소하면 너희들 오던데?"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는 대체 집에서 뭘 하나 궁금했나 보다.
"근데 엄마도 우리가 학교 안 가면 싫어? 친구 엄마는 방학이라서 너무 힘들다고 그랬대."
마치 세상에 어떻게 엄마가 아이랑 있는 게 싫을 수 있냐는 듯한 말투로 나의 의중을 슬쩍 떠본다. 돌아서면 밥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내 사정을 너희가 알리가 있겠니. 굳이 알리고 싶지도 않다. 엄마는 너희 두고 운동 다녀오는 게 마음에 좀 걸려서 그런 건데, 다른 엄마도 그런 거랑 비슷하겠지 하고 최대한 무게를 싣지 않은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미안한데 방학이 좀 힘들긴 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아무래도 엄마의 손길이 더욱 필요했으므로 회사 휴가조차도 나를 위해 쓰는 경우는 0에 수렴했다. 몰래 휴가를 쓰고 혼자 제주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가 얼마 후 아내에게 들켜 혼이 났다는 직장동료의 행각에 쓴웃음을 지었다. 동료의 마음도, 아내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시나브로 아이들이 자라고, 점점 부모보다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워지면서부터 아주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시 헬스장에도 다녀올 수 있었고, 저녁에 갑작스러운 회식이 생겨도 몇 시간 정도는 자기들끼리 오붓하게 놀 줄 알게 되었다.(엄마가 있을 때는 잘 못 보는 제베원의 영상들을 마음껏 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아이들은 오히려 좋아!)
자녀가 사춘기를 맞으면 매일 1cm씩 아이와 이별을 해야 한다던 어느 글귀를 늘 생각한다. 건강한 헤어짐을 준비해야지. 이젠 일부러 애쓰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자유의 시간을 주곤 한다. 짧고 제한된 자유는 얼마나 달콤한지. 인생 노잼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는 미혼의 지인에게 마음속으로 얘기한다. '결혼하고 애 낳아봐. 심심할 틈이 없어!'
딸아이는 자기나 아빠와 함께 있기보다 엄마가 혼자 지내고 싶어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람과 동시에 진심으로 슬퍼한다. 지금은 한순간이라도 엄마와 함께 더 있고 싶어 하는 때니까.
병원에서 수술받고 회복하며 홀로 누워 있는 시간을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보다 더 바라는 심리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 태도에 관하여 > - 임경선 -
왜 우리가 없는 시간을 더 반겨할까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아이의 질문이 한편으론 조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인 나의 속마음을 아직 들키지 않았구나 싶어서. 앞으로도 나는 늘 엄마에게 당연히 환영받아 마땅한 존재로 여겨주기를 바란다.
엄마만의 외로운 시간은 엄마가 조용히 알아서 챙겨볼게, 지금까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