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릇이 깨졌어요..."
보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그려졌다. 장갑을 끼고 깨진 그릇들을 정리하라고, 혹시 모르니 양말이나 슬리퍼도 잘 신고 있으라고 당부했다. 그릇이야 얼마든지 깨져도 되지만 행여 다쳐서는 안 되니까. 점심때 챙겨 먹으라고 볶음밥을 해두고 출근했는데, 밥 한 끼 먹는 일이 이다지도 어렵다.
우리는 이제 이모님이 계시지 않는 이 상황에 모두 적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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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가 2살이 되던 때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해온 이모님과 지난 1월을 마지막으로 이별을 했다. 사실 1,2년 전부터 진작에 고민은 했지만 아이들보다 내가 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일이었다. 몇 달만, 몇 달만 하고 있었지만 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의 동생네로 가 이모님이 도와주시는 걸로 결정되면서 이별이 기정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와 남편은 이모님의 부재에 적응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내가 아침출근을 했던 지난주, 여느 때보다 부산스러운 아침시간이었다. 이모님께서 와주셨을 땐 내 준비만 하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하루를 아침에 모두 준비해 두고 나가야 했으니까. 전날 저녁에 메뉴도 미리 준비해 두고 잤는데도 멍한 머리가 쉬이 맑아지지 않았다. 방학이라 기상시간이 조금은 늦어진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부랴부랴 준비해 주고, 간식과 점심식사를 어떻게 할지 설명해 주니 출근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비상비상. 난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데 남편이 아침 운동을 다녀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날 아침 우리는 오랜만에 날이 선 냉랭한 출근길을 함께 했다.(내가 아침출근을 하는 날에는 남편과 카풀을 한다.) 왜 나 혼자만 바쁜 거냐고, 이모님이 안 계시면 같이 해야 하지 않겠냐고. 남편은 억울하다는 듯 화를 내지 말고 뭘 하라고 지시를 내려달라고 한다. 이제 좀 알아서 하면 안 되나요. 육아 15년은 나 혼자만 했냐고요. 더 이상 대꾸하기도 싫어 입을 닫아버렸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자주 하던 다툼이었는데, 이모님의 손길이 부재하자 몇 년 동안의 평화는 있기라도 했냐는 듯 깨져버렸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이었구먼.
그저께 아침,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와중에 둘째 아이에게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엔 밥그릇을 깼다고. 청소기도 세 번 돌리고 그릇도 잘 치웠다고 먼저 얘기한다. 너나 나나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다. 튼튼하고 잘 깨지지 않는 그릇을 좀 사야겠다, 남편 카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