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 봄 때문인지 나 때문 인지

by 심바

작년 봄 시즌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러닝 PB들을 달성한 때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는 접수의 벽을 뚫어가며 달린 대회마다 PB를 갱신하는 것만이 참가의 목적이고 당근이었다. 하지만 기록이 어느 선에서 자꾸 맴돌았고 생애 첫 러닝클래스를 듣게 되었다. 몇 번의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나아질 수 있을까 의심도 했지만, 몇 번의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욕심이었다.





그 봄 이후 달리는 것이 시들해졌다. 변화주니 빌드업이니 아무것도 모르고 혼자 뛰었을 때보다 기록이 더 느려지는 것을 겪고 나니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진 것이다. 숫자에 매몰되어 버렸다. 나는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줄 알았는데, 그저 자랑할 기록이 필요한 것이었던가. 스스로 곱씹을 의지조차 조금씩 바래지던 시기였다.


하지만 운동은 재미있었으므로 헬스를 열심히 했고, 기회가 생겨 무에타이도 배우게 되었다. 무엇이든 시간을 들여야 결과가 나오는 법. 달리기가 차지하고 있던 꽤나 긴 공백의 시간이 다른 운동으로 채워졌다. 그래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26년 봄을 앞둔 지난겨울, 러닝클래스에 다시 한번 등록했다. 왜냐면 나는 추위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봄을 새롭게 맞이하고 싶으면 '잘' 달려야 하니까, 잘 달리려면 러닝머신으로 깨작대면서 뛰기만 하면 안 되니까, 춥다고 밖을 쳐다보지도 않으면 안 되니까. 너무 싫은 추위는 내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 전문가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25년 12월 2일에 시작된 겨울 클래스는 이제 다음 주 한 번의 수업을 남겨두고 있다. 겨울비와 칼바람과 눈보라가 함께 한 겨울 달리기는 내게 큰 도전이었다. 역시 함께의 힘은 위대했다. 같이 달리지 않았다면 절대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추운 건 너무 싫으니까.






올해는 내 인생 첫 풀마라톤이 예정되어 있다. 4월 중순,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그 마라톤은 가을의 전설 '춘천 풀마라톤'을 위한 것이므로 나는 결국 가을까지 열심히 달려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다. 다음 클래스 등록을 앞두고 있는 지금 '집 - 회사 - 달리기'라는 트라이앵글을 이렇게 계속 견고히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혼자서 가을까지 이 훈련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분명 힘들 것을 아는데 왜 그 삼각형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건지 생각해 본다.

이렇게 하고도 작년의 나보다 잘 해내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일까, 추운 겨울 열심히 달렸으니 자격 있다며 한눈팔고 싶은 봄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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