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기념일은 3월에 모여있다. 내 생일을 시작으로 다음날은 결혼기념일, 그리고 바로 다음날은 남편과 큰 아이의 생일이다. 3일 내내 대파티 주간인 셈. 주로 일자에 맞춰 주말에 여행이나 나들이를 가곤 한다. 당연히 미역국은 한 번만 끓인다. 홀로 5월에 생일인 둘째 아이는 가끔 외롭다고 했다. 별게 다 외롭구나.
아이가 어릴 때는 평소에 원하던 장난감 같은걸 미리 준비해 두고 선물로 주곤 했지만 이제는 필요한 것을 먼저 얘기하는 편이다. 나와 남편의 생일도 모두 같이 있으니 우리 가족은 2월 말쯤이 되면 모여 앉아 '선물 마련 가족회의'를 한다. '엄마는 이게 필요하고, 아빠는 이게 필요하고, 큰 아이는 이게 필요해.' 이렇게 받고 싶은 선물이 정해지면 각자 금액을 나누고 정산한다. 어떤 선물을 받게 될까 같은 기대감은 없지만 효율성이 극대화된 방식이랄까. 지난주에 있었던 올해 기념일 주간 또한 이렇게 준비했더랬다.
나의 선물은 남편이 마련한 가민 워치. 기존에 쓰던 게 있었지만 가장 낮은 버전이어서 음악 저장기능이나 쓰고 싶은 추가 기능들이 없어 약간 아쉽던 차여서 감사하게 받기로 했다. 아이들은 내가 필요한 보온도시락을 용돈을 모아 선물해 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엄마를 위한 깜짝 선물이 하나 더 있으니 기대하라고 하는 게 아닌가. 엄마가 아주 좋아할 거라며 신나게 포장을 하는 작은 아이. 아,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생일날 아침, 아이들과 남편 셋이 입을 모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 다음 선물증정식이 진행되었다. 작은 아이는 세심하게 포장한 비밀선물을 건네며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이건 내 선물인데 네 기분이 더 좋아 보이는구나. 역시 선물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라고 했던가. '엄마가 진짜 좋아할걸!'이라고 한번 더 강조한다. 음, 러닝모자 하나쯤 살 때가 됐는데 하며 포장을 뜯는 순간.
트리형 냄비받침
보고야 말았다, 겉박스에 적힌 글자를.
분명히 아빠도 같이 골라서 준비했다고 했는데.
남편, 왜 말리지 않았어... 이럴 거야...
기나긴 겨울방학 동안 내가 요리를 너무 열심히 했나 보다. 주방에는 관심이 1도 없는데 표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예뻐서 쓰기도 아까운 냄비받침 생일 선물로 받아보신 분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