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히자면, 나는 맛에 아주 관대한 편이다.
왜인지 더듬어 찾아올라 가보자면 일단 요리에 관심이 없는 엄마를 두었고, 딱히 부지런하지도 않은 나 역시 요리에 크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핑계로 '요리잘못함력'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아이들을 거두어 먹여야 하기 때문에 각종 SNS에 올라오는 요리레시피들을 따라 흉내 내며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남이 해주는 밥이 좋다. 물도 남이 떠주면 맛있다고 하지 않나.
지인과 약속이 있으면 "ㅇㅇ맛집 내돈내산"같은 걸 검색하고, 손님이 많은 곳은 앱으로 대기 걸어두고 방문하기도 한다. 타인과의 약속을 자주 잡지 않는 터라 가끔 먹는 맛집 음식이 귀하다. 간헐적으로 먹는 것에 진심이다.
"어때?"
"먹을만해, 괜찮네."
남에게는 그러지 않지만 남편이 저렇게 얘기를 하면 꼭 한 번 더 물어본다.
"그래서 맛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나의 맛표현 기준에 따르면 '먹을만하다'는 먹어야 하니 먹지만 딱히 맛이 있지는 않다 정도이기 때문이다.
대략 객관적으로 정말 맛있는 음식인데도 꼭 저렇게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다.(물론 나는 맛과 남이 해주는 음식에 관대한 편이지만 맛을 아예 모르는 건 아닙니다 ㅎㅎㅎ)
"먹을만한데?"
이 말을 들으면 "너무 맛있지 않아?"라고 물어보기를 약간 주저하게 된다. 혼자 속으로 "美味"를 외칠 뿐.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화가 나는 편이랄까.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삿대질하며 "이거이거이거 먹어봐 얼른얼른!" 하며 흥분한다.
진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나면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식당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 딸의 표현에 의하면 엄마는 오지랖이 너무 넓단다. 나대지 말라는 얘기다. 어쩌겠어. 이게 나인걸.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표현보다 명확한 말과 글이 좋다.
맛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까다로워서 '먹을만하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했을 수도 있다.
말하자면 나는 그런 표현보다 채도가 높은 표현을 좋아한다.
맛이 없으면 없다고, 있으면 있다고 말하는 사람.
내 시간은 그런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