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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온 Dec 24. 2023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위대한지 알게 되었다

클래식 클라우드 아홉 번째 책, 아리스토텔레스

독서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 하나는 ‘아는’ 재미이다. 책을 읽으며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데서 쾌감이 생겨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아리스토텔레스 편은 내게 커다란 지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한 권의 책에서 이토록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은 영상의 시대에도 독서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글은 아리스토텔레스 편을 집필하신 조대호 교수님의 강의를 요약  정리한 필기노트 컨셉으로 써보려 한다. 교수님은 자세한 해설과 풍부한 예시를 통해 철학이라는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이 강의 한 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꼭 알아야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이제 필기노트를 펼쳐볼까.


1.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학  


그리스 철학의 전통                    


생명체의 질서 모델


왼쪽이 자연의 사다리, 오른쪽이 생명의 나무


자연의 사다리에 대한 중세 사람들의 재해석

1) 위계질서를 지구상 생명체 뿐 아니라 천사와 신으로 확장하여 사람 위에 천사, 천사 위에 신이 있다고 봄

2) 중세의 철학자와 신학자들이 이런 위계질서 관념을 근거로 봉건사회의 질서를 옹호함으로써 자연의 사다리가 봉건사회를 지탱하는 개념이 됨


아리스토텔레스의동물지

1) 서양 최초의 생물학

2) 아리스토텔레스 본인이 직접 관찰

3) 오늘날 오류로 밝혀진 주장도 있지만, 2400년 전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확하고 상세함. ex) 상어의 생식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지와 정약전의 자산어보의 공통점

물고기를 실용성을 떠난 이론적 관찰학문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음

     

생물학 먼저? 철학 먼저?

=『동물지』내용은 무엇의 결과인가?

= 레스보스 체류 중의 자연 관찰의 결과인가, 그보다 나중인 뤼케이온 시기 연구의 결과인가?

= 생물학적 철학인가, 철학적 생물학인가?

⇒ 현재 밝혀진 답은 생물학 먼저. 즉 생물학적 철학

                       


2. 뤼케이온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학교, 유럽 대학의 선구자     


페리파테티코이

소요학파. 뤼케이온에서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연구한 사람들.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라는 뜻. 아리스토텔레스와 제자들은 걸어다니며 철학적 대화를 나눔

     

뤼케이온의 강의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1) 뤼케이온의 중심은 오전 강의였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에피스테메만큼 파이데이아를 중요시함

2)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용성을 따지지 않고 사람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하려고 함. 그의 이론학은 ‘앎의 즐거움’ 이라는 인간 본성의 표현

3)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에서 진지한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아카데미아(플라톤의 학교)에서 중시한 기하학이나 수학 뿐



3.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재론

   

<참으로 있는 것 = 실체>란 무엇인가?

  플라톤 : 감각이 아닌 지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이데아

  ⇔ 대조

  아리스토텔레스 : 하늘의 천체나 땅과 바다의 동식물 등 자연물

     

그리스 철학의 탐구 대상 변화

  이오니아 자연철학 : 자연

  →

  소크라테스 : (자연이 아닌) 인간

  →

  플라톤 : 이데아(초월적 세계)

  →

  아리스토텔레스 : 다시 자연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실체(자연)의 특징

 감각적 / 개별적 / 복합적 / 가변적


 ex) 은행나무

   우리 집 앞 은행나무와 길 건너편의 은행나무는 각각 분리되어 존재 : 개별적

   나는 그 은행나무들을 보고 만질 수 있음 : 감각적

   은행나무 한 그루는 잎과 줄기와 뿌리로 이루어짐 : 복합적

   은행나무의 모습은 계절과 세월 변화에 따라 달라짐 : 가변적     



실체(자연)의 고유한 존재 방식을 설명한 이론

특히 1) 복합성과 2) 가변성 중시

자연적 실체가 어떻게 ‘복합체’로 존재하며 어떤 ‘변화’를 겪는가

(세온 왈 : 내가 이해하기로는 그 실체가 그것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 이론 같음)     


1) 질료와 형상 실체의 복합성 

  ex) 집

   집을 짓는 자재 = 질료 = 물질적 요소

   자재의 결합 방식, 집의 모양과 기능 = 형상 = 비물질적 요소

     

 ☞ 여기서 잠깐!

     아리스토텔레스의‘형상과 플라톤의 이데아의 차이

    ⓛ 형상은 개체 안에 있다. 코끼리의 모양과 기능이 코끼리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듯이.

    ② 형상은 개별적이다.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코끼리는 다르고, 코끼리 한 마리 한 마리가 저마다 고유한 모양과 기능이 있다.

    ③ 형상에는 공통점도 있다. 그들은 결국 모두 코끼리니까. 즉 형상에는 개별성과 보편성이 함께 존재한다.

     

2) 4원인설 : 질료, 형상, 작용인, 목적 실체의 가변성

    ① 실체의 변화, 즉 생성과 소멸은 질료가 형상을 얻거나 잃는 과정

      집이 생긴다 = 집의 재료(질료)가 전에 없던 형태(형상)를 받아들인다

      집이 사라진다 = 전에 있던 형태(형상)가 더는 재료(질료)에 속하지 않게 된다


   ② 질료가 형상을 얻거나 잃으려면 필요한 것? → 작용인과 목적인

      형태는 어디서 오는가? = 건축가. 집의 형태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으며 몸이나 도구를 써서 그 형태를  건축자재로 구체화함 = 작용인

      집을 지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집 자체이거나 보호, 휴식, 안락 = 목적


   ③ 정리하면, 집의 4원인이란

     질료 : 건축 자재

     형상 : 건축 자재가 결합된 방식, 집의 모양과 기능

     작용인 : 건축가

     목적 : 보호, 휴식, 안락

          

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의 부활

 1)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인설은 근대 과학혁명 이래 칼질의 대상이 됨. 특히 ‘텔로스’ 개념이 과학혁명 선구자들에게 반감을 샀음


 2) 텔로스 : 목적.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 현상의 합목적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 개념을 끌어옴. 신체의 각 부분이 특정 기능을 ‘위해서’ 존재하고, 모든 부분이 궁극적으로 생명체 전체의 삶을 보존하기 ‘위해서’ 존재함


 3)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가 ‘우주적 목적론’으로 오해됨. 우주적 목적론이란 자연 세계의 모든 것이 목적과 수단의 관계라는 이론으로, 동물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 인간은 신을 위해 존재하고, 노예는 주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식


 4)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은 ‘우주적 목적론’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근대 초기 과학자들은 둘을 구별하려 하지 않음


 5) 근대과학은 생명현상의 목적성을 인정하지 않고 물리현상으로만 보려 함.

     ex) 봄이 되면 새가 우는 현상

      근대과학자들 : 호르몬 분비 때문

      아리스토텔레스 :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


 6) 현대 생물학에서는 생명 현상의 목적성을 인정하지만 근접원인 / 궁극원인이라는 다른 용어를 씀

    근접원인 : 호르몬 분비

    궁극원인 : 짝짓기를 위해서 → 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의 귀환


4.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

 

신체와 영혼의 관계

 1) 영혼 – 형상 / 신체 – 질료


 2) 영혼과 신체는 생명체의 분리할 수 없는 두 가지 측면


 3)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은 플라톤의 영혼처럼 신체를 떠나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신비한 실체가 아니라, 신체의 다양한 능력을 가리킴


 4)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의식이 기계의 몸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인공지능(AI) 개발자들의 생각은 ‘과학주의의 판타지’ 일 뿐


 5) 아리스토텔레스가 본 신체는 , , , 공기라는 네 원소가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살, 뼈, 피가 되고, 이  것들이 다시 일정한 비율로 결합해 얼굴, 손, 발 같은 기관이 되며 이 기관들이 또 결합해 유기체를 이루는 복합체임 → 현대 화학의 기본 개념 선취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분류

 앞에 소개한 ‘자연의 사다리’체계에 따라 동물을 분류하고 그것에 속한 조직과 기관의 차이점을 관찰하고 기록함 → 서양 최초의 분류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명 발생과 유전 연구 →  서양 최초의 유전학

         


5.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 철학이 탐구한 3가지 문제

 1) 인간이란 무엇인가?

 2) 인간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3) 인간을 잘 살게 하는 정치는 어떤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인간

 1) 인간 = 지성이 있다 = 추론한다 = 이성적이다 = ‘로고스’를 가진 동물

 2) 인간의 지성을 악용하면 악랄함, 교활함이 됨. 그러므로 인간이 잘 살려면? ☞ 정치와 윤리가 필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1) 서양 최초의 체계적 정의론

 2)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행복이란 주관적 감정 상태가 아닌 객관적 상태나 활동을 의미

 3)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의 조건 : ‘탁월성’



 4) 중용 : 총 11가지 덕목

   ⓛ 감정과 관련된 탁월성 : 용기 ↔ 비겁과 무모 / 절제 ↔ 무절제와 둔감함

   ② 재물, 명예와 관련된 탁월성 : 자유 ↔ 낭비와 인색 / 포부 ↔ 허영심과 소심함

   ③ 사회적 삶과 관련된 탁월성 : 정의 ↔ 지나치게 많이 가짐과 지나치게 적게 가짐


6.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다의 뜻

  1) 인간은 집단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그런데 동물과 달리 인간은 직접적 접촉과 교류에 국한되지 않고 기  억이나 상상 등 상징적 관계 속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

 2) 인간은 정치적 공동체 안에서만 ‘잘 살 수’ 있다. 즉 정치적 공동체 안에서만 탁월성을 습득하고 실현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국가론과 근대 사회계약설의 차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국가의 존재 이유 : 구성원들이‘훌륭한 삶 = 잘 사는 삶’을 살게 하려고

   ⇔ 대조

  사회계약설이 말하는 국가의 존재 이유 : 구성원들의 생존권이나 재산권을 보존하려고     



국가의 질료와 형상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 질료

요소를 결합시켜 통일체를 만드는 정체政體 : 형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 분류 : 누가 무엇을 위해 지배하는가? 

                   


그래서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정체는 무엇인가?

 1)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은 혼합정 = 폴리테이아 = 다수가 공동 이익을 위해 지배하는 정체


 2) 다수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되 법을 무시하는 대중의 독재를 막도록 민주정과 과두정을 혼합

 

 3) 대부분 국가에서 가능한 최선의 혼합은 중간정체 : 중간계급이 지배하는 정체.

   ⓛ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기본 원칙 : 혼합정체는 중간계급의 수가 다른 두 계급의 합보다 또는 둘 중 어느 한쪽보다 많은 곳에서 유지될 수 있다.

   ② 역사적 사례

       - 아테네의 솔론 : 모든 시민에게 민회와 재판에 참여할 권리를 허용하되, 공직에 참여하는 데는 재산 요건 규정

       -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 아테네 : 중무장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이 정부 구성

  ⓷ 지나치게 부유해도, 지나치게 가난해도 이성을 따르기 어려움


 4) 아리스토텔레스의 혼합정체론은 빈부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처방임



근대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인 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틀린 주장을 무지 많이 했던 옛날 학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철학사에서 그의 위상이 왜 그리 높은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토록 위대한 학자로 추앙받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본문에 밑줄로 표시해두었듯이, 그의 사상엔 ‘서양 최초’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논리학, 생물학, 화학, 유전학, 윤리학,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초가 아닌 학문 분야가 거의 없다. 그 내용이 맞고 틀린 것과 상관없이 그가 이 모든 대상을 최초로 ‘탐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그는 사물과 현상을 그저 원래 그런 것이겠거니 하며 넘겨버리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이 다 틀린 것도 아니었다. 책에서 언급된 상어의 생식, 생명현상의 합목적성 외에 그의 이론이 옳았던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나는 현대의 잣대에만 의지해 아리스토텔레스를 엉터리 과학자 수준으로만 인식했던 스스로의 짧은 식견이 매우 부끄러웠다.

      

책에는 내가 필기노트 형식으로 다 담지 못한 더 많은 내용이 있다. 외지인 출신으로 평생 아테네의 시민이 되지 못한 채 거류민으로 살아야 했던 그의 생애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 동시대의 유명한 연설가인 데모스테네스, 제자였던 알렉산드로스 대왕과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특히 두드러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앎에의 의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학문적 측면에서는 삼단논법으로 유명한 논리학, 남을 설득하기 위한 수사학,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시학에 대한 설명도 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저 세 분야의 저작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기초를 다지고 나니 개별 저작에 도전할 용기가 난다. 인류 지혜의 보고인 그의 저술에서 시대를 초월한 진리를 깨우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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