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그때 그 시절 기억나는 병아리 가격
- 아들에게 들려주는 투자레터 (12) : 병아리와 인플레이션
저녁 회식 중, 우연찮게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 이야기가 나왔다.
학교 정문 앞 종이 박스에 있던 병아리들 울음소리가 하교하는 친구들 시선을 붙잡곤 했다.
나도 한 마리 사서 달걀 낳는 닭을 생각하며 나름 열심히 키웠는데 며칠 만에 갑자기 죽어버려서 너무 슬펐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 기억엔 병아리 한 마리가 300원이었다.
그런데 나보다 10살 많으신 교수님께서 "아닌데? 학교 앞 병아리 100원이었잖아"
뒤이어 나보다 4살이 어린 동기는 " 어... 500원 아니었나요?"
100원 , 300원, 500원...
각자 초등학교 나온 시기도 달랐지만 그 시기 기억하고 있던 병아리값도 천차만별이더라ㅎ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병아리값도 우상향 했다는 것인데 부동산 공부 하다가 깨달은 원리가 묘하게 겹쳐진다.
교수님 때 병아리가 싸구려도 아니요, 동기 때의 병아리가 교수님 때 보다 5배 비싼 가치를 지닌 것도 아니다.
병아리는 그대로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가격이 달라진다 말인고...
회식하면서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자본주의의 원리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당연하다. 우리 모두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도, 한 세대를 거친 나와 동기도 나이와 직종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요즘은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병아리의 가격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계속 우상향 할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화폐의 가치는 계속 우하향 할 것이다.
한 세대가 다시 지나가고 " 내 기억엔 10000원이었는데?라는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웬만한 재화에 0이 수두룩하게 붙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즈음엔 화폐 단위가 한번 바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폐의 가치는 야금야금 녹아가고 있다.
투자는 소리 없이 다가오는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려는 몸부림과도 같다.
인플레이션의 파도에 나도 모르게 휩쓸려가느냐, 내 기준과 원칙을 가지고 파도를 타는 서퍼가 되느냐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본인의 몫이라 하겠다.
아빠는 아들이 파도타기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피할 수 없는 파도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