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きみはどんないきるか

by ideal

지난 한 달간 채용 공고는 밀물처럼 몰려왔어요. 덕분에 제 휴대폰의 알림 센터는 채용 플랫폼의 알림으로 가득했죠.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어요. 이제 소식이 뜸한 걸 보니 간조가 됐나 봐요.


요즘 부쩍 느끼는 건데,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해가요. 정신 차리고 보니 주위에 변화가 가득하네요. 집 아래에는 아침만 해도 없었던 카페가 생겨있고, 매일 지나는 길가에 어제만 해도 없었던 대형 마트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지 뭐예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탓일까요? 너무 앞만 보면서 걸어왔나 봐요. 그렇게 빠르게 걷지도 않은 듯싶은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저는 낯설고 새로운 앞날이 기대되지만, 마냥 기대되지는 않아요. 번듯한 직장을 구해 경제적 여유를 갖고, 또 찾아올 앞날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성장하는 삶. 나름 재밌을 듯싶어요. 그렇지만 머무르고 싶은 나태함과, 나아가고 싶은 욕심, 그리고 이 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충돌하네요.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래요.


취업의 길을 걷고 여러 문턱을 넘어선 선배들의 뒷모습은 제가 상상하던 것만큼 화려하지 않았어요. 그들의 뒤꿈치에 박힌 굳은살에 존경심이 일렁이나, 동시에 초라해 보이네요. 그럼에도 그들은 앞만 보면서 걸어가고 있네요. 꿋꿋이.


언젠가는 저도 그 문턱들을 넘어서며 뚜벅뚜벅 걸어가겠죠. 앞만 보면서 말이에요. 그래요, 새로 생긴 카페의 소식을 좀 모른다 한들 어때요. 대형 마트도 너무 넓어서 오히려 불편할 게 분명해요. 요즘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뭐든 해결되는데요.


... 그래도 주변의 소식을 듣고 느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어요.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지 않고,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찾게 되네요. 내가 다녀야 할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는 회사를요. 이 마음 때문에 수많은 회사의 문을 다 두드리지 않았나 봐요. 아직은 이래도 괜찮겠죠? 저는 취준생과 대학생 그 사이에 있는 모호한 존재니까요. 질문이 잘못됐네요. 사실 정답은 없어요.


때가 되면 저도 그 욕심과 의심은 억누르고 뚜벅뚜벅 걸어가겠죠. 눈을 감은 채로 말이에요. 그래요, 세상 살아가는 게 다 그런 거죠. 구두가 어색해 밴드를 붙인 저 젊은 여자도, 술에 잔뜩 취했지만 넥타이만은 반듯한 저 아저씨도 그랬을 거예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혹은 하고 싶은 게 없어서 이 길을 선택했겠죠.


완전히 속았어요. 어릴 적 받아온 질문은 분명 나의 장래 희망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금 보니 이 세상은 처음부터 제 대답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뒤에 '희망'이 붙은 걸까요? 마치 트루먼 쇼처럼 온 세상이 하나 되어 우리의 등을 취업의 길로 떠밀고 있네요. 더 깊은 학문을 곱씹기 위해 선택한 대학도 결국엔 한통속이에요. 1학년부터 커리어 개발을 필수로 수강케 하고, 기업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을 내놓으며, 기업 연계형 인턴십을 학점과 맞바꾸는 제도로 우리의 선택지를 좀먹고 있어요. 언제부터인가요? 교육이 왜 이렇게 변질됐을까요. 이제는 기업 공화국의 톱니바퀴 양성 수단에 불과해 보여요. 이미 학자들은 충분해서인가요, 젊은 지식인이 당신들의 견고한 카르텔을 두드리는 게 두려워서인가요. 단순히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깊이 박힌 세대가 자꾸만 목소리를 내서인가요. 잊었나요, 당신들도 정해진 것을 깨부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운동권 세대라는 것을.


괜찮아요. 사실 그 톱니바퀴가 되어도 저는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저 이 모든 것에 의구심을 품지 않는 사람들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 시스템을 당연히 여기고, 짜여진 틀에 들어가 그 모양 그대로 만들어져 기업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직장 생활을 하냐는 질문에 "당연히 돈을 모아야 하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으면 해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것들을 음미하기 위해 일한다고 답할 수 있다면, 톱니바퀴 하나로 사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아 보여요. 당신은 취직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니고, 취직을 살아가는 수단 중 하나로 생각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