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가정에 사과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
검찰에서 법원으로 송치되고 난 후 재판기일을 기다리고 있던 시기였다.
무더운 여름, 날이 너무 더워 하루하루 더위를 피해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첫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재판을 위해 더 이상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그 탄원서를 매일같이 쓰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하루하루 큰 힘이 나지 않는 데다 그 글을 쓰다 보면 너무 암울해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들린 또 하나의 소식이 있다.
아동학대라는 피해를 보고 퇴소했던 그 어린이집의 이야기들이었다. 퇴소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재판이 남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 사건의 근원지인 이 어린이집의 잡음이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원장이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어린이집 내 문제가 생길 시 대처를 잘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소 직후에는 다른 부모님들 비위를 맞추려 잠시 감춰졌을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원장의 능력부족에 대해 분명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내 귀에까지 들릴 줄이야.. 그리고 그 원장소식을 들으면서 같이 듣게 된 것은 그 어린이집의 운영위원회 이야기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운영위원회 회의 때 종이 한 장 없이 회의가 진행되며 참석한 학부모가 질문을 하면 원장은 어머님은 알 필요가 없다고 하고 카페를 통째로 빌려 거기서 운영위원회가 이루어지고 회의 때 매번 돈이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또 그럼 브런치를 안 먹으러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모의 의견에 브런치 좀 먹으러 가면 안 되냐는 원장의 말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위원회 회의가 이루어질 때 지역사회인사 1명과 운영위원진 엄마 1명과 원장 이렇게 세 명만 말을 하고 다른 부모님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지역사회인사와 운영위원진 엄마가 원장의 오른팔과 왼팔이라는 것. 우스운 이야기기도 했다. 이 작은 동네에 그 어린이집이 뭐가 그리 대단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건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 가정도 헛소문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은지라 다 믿을 수는 없지만 나도 그 원장의 두 얼굴을 누구보다 본 사람이라, 참고정도는 되었겠다.
그리고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하곤 상관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그 어린이집 운영위원진과 당시 같은 반이었던 부모 몇 명이 모여 총 5명이서 경찰서를 본인들끼리 찾아가 이 사건에 대해 물어보고 했다면 나와는 상관이 있는 문제였다.
당시 어린이집 내에서 일어난 아동학대의 사건의 당사자 가정인 우리 가정에 묻지 않고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영위원회는 학부모, 교사, 원장이 함께 참여하여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 공정성, 합리성을 확보하는 장치이다. 즉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식통로였다.
속해있는 부모든 아니고 같이 재원 했던 어느 부모도 사건 당시 우리 가정에게서는 직접 묻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라는 사람들까지 끼어 같이 경찰서를 찾아갔다는 것은 나에게 황당한 일이었다.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기능에 보면 영유아의 건강, 영양, 안전 및 아동학대 예방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범위도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영유아보육법]상 자문, 심의 기구라 직접적으로 수사나 징계 권한은 없지만 원장에게 사건 발생 경과 및 대응조치를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규정 정비, 교사 교육, CCTV 운영 강화와 같은 개선책을 논의하고 건의할 수 있다. 또 다른 학부모들의 불안, 항의 사항을 모아 운영위원회차원에서 원장에게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까지도 운영위원회의 공식적 권한이다.
실질적으로 위원들은 학부모 대표라는 점 때문에 압박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원장에게 사건 처리 과정, 경찰과 지자체 보고 여부, 교사 인사 조치 등의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 역할을 하는 운영위원진 구성원들이 소극적이거나 원장과 가까운 인물이라면 실질적인 역할이 약화될 것이다.
과연 그들은 학부모 집단 공식 목소리라고 무방한 부모들인데 운영위원회 회의를 하며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사건을 잘 모르고 불안, 걱정 혹은 사실과 다르게 알고 있는 부모들에게 사실 파악을 제대로 하고 알리려는 시도와 노력을 했을까? 사실 파악을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 가서 무작정 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양쪽에 알려고 해야 사실 파악이 되는 것인데, 그들은 이미 편파적인 선택을 했던 건 아닐까.
이들은 실제 경찰서에 가서도 사실파악보다는 본인들 자녀가 '가담' 한 것이 맞냐는 것을 물었고, 기사를 보고 '가담'이란 단어를 들어간 것을 보고 본인 아이들이 받을 가담한 아이들이라는 프레임을 미리 자기들끼리 걱정해 '가담'이라는 단어를 전부 빼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그 아이들을 가담한 아이들이라고 아이들을 욕한 사람은 난 보지 못했다.
나는 나와 친분이 있는 엄마가 해당 반 내에 재원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린이집의 소식을 간혹 들을 수 있었는데, 원장에게 문의하면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회피성 발언만 했다.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는 당연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고 재원생 나머지 엄마들은 재원생 부모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모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니 배제되는 나머지 재원생 부모들이 있었고, 또 내가 입을 열지 않았으니 조작소문을 믿고 있던 부모도 있었을 것이다.
당시 실제 그 어린이집 내 부모들끼리 단톡방에 '무죄다, 무죄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수사기간이 이렇게 긴데 본인들이 무죄인지 어떻게 안다는 것인가? 거짓은 어디서부터 나왔을까?
나와 친분이 있는 부모는 사실 애초에 다른 아이들도 피해아이들이라 생각하며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아동심리치료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같은 반 내에 생겨난 일인데 같은 반 부모들의 행보를 보면, 우리 가정을 욕하기 바빴고 어린이집 편을 들었고 우리 아이를 도와주려 그렇게 된 거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본인 아이들만 지키려는 이기적인 행보로 우리 가정만 계속 공격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 가정만 괜히 트집 잡은 이상한 가정이 되어버리면 본인 아이들과 어린이집은 평화로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 걸까?
그 엄마는 그들의 행실을 보고는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건의해 볼 생각을 도로 집어넣었다.
제대로 된 하나하나가 구별이 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결국 원장은 아프다고 했다.
나는 원장과 소통이 되지 않아 상위기관이라고 하는 해당 구청 보육과에 연락을 취했고, 운영위원진과 원장과의 사이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운영위원진이 제대로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만약 이 괴소문이 거기 내부에서 났을 수도 있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우리 가정이 거기서 2차적인 피해를 본 것이니 제대로 알아봐 달라는 요구를 했었는데 그때 원장의 아프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럼 그렇지'
남의 가정에 피눈물을 흘리게 해 놓고 그 원에서 생긴 일인데 책임자인 원장이 사과 한 마디 없이 1년 가까이를 버티다가 결국 나온 말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순간 내 입을 다시 막아버린 구청 직원분의 말이었다.
나는 우리 아이를 아동학대한 교사에 준하게 원장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쯤 되면 아프다는 말이 우스웠고 마음에 전혀 와닿지 않았다.
원장은 이 시간이 경찰단계에서 수사 중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도 이 CCTV 영상을 보고 선생님이 한 행동이 아동학대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본인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 사람이다.
선생의 죄가 인정이 본인한테도 추후 어떤 악영향으로 다가올지 모르니, 방어적인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단 한 번도 사과를 받지 못한 거기를 믿고 다니다가 피해를 본 가정이 듣기엔 불쾌한 말임이 분명했다.
우리 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관님은 나는 경찰이지, 아동학대 전문가가 아니라고 당시 아동학대과 교수님들 2명을 모셔와 영상을 모두 보여주고 의견서를 받았는데 13건의 영상 중 두 분이 만장일치로 모두 학대로 본다는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당시 나는 원장에게 말했다.
아동학대과 교수님들이 이건 전체 영상 다 아동학대라는데 원장님은 이게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거 보면 거기 앉아있지 말고 공부를 다 다시 하라고!
나의 분개에 뻔뻔하게 "네~"라는 대답으로 마무리하고, 원장의 자리에 끝까지 앉아있던 사람이 결국 아프다고 한다. 입원 직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걸 전달해 준 구청 직원분이 말을 했다. 그렇게 아프면 피해가정한테 마음의 짐이라도 덜게 이제라도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면 어떻겠냐고. 원장은 사과를 안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어린이집 원장은 2025년 7월에 퇴사했다. 고소 시점으로부터 1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는 안타까운 상황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몸이 그렇게 아플 정도라면,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선택은 왜 하지 않았을까.
피해 가정 앞에 “죄송하다” 한마디만 했더라면, 그 짐의 무게는 훨씬 줄었을 것이다.
사과는 상황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해도, 적어도 본인의 양심을 지켜주는 마지막 선택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원장은 퇴사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은 무너져가도, 체면과 고집만은 붙들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병뿐 아니라 마음의 짐까지 함께 지고 퇴장한 사람이 되었다.
이 내막을 모르는 일반 학부모들에게는 '키즈노트'라는 학부모와 어린이집의 소통 수단에 건강상의 이유로 퇴사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우리가 아픔을 확인한 당시 그 '키즈노트' 어플에라도 본 그대로만 알려달라는 창구였는데 우리의 아픔은 알려주지 않고, 본인의 아픔은 알리고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