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는 일

아이에게 받은 위로

by 지안

나는 평소 누군가를 크게 싫어할 일이 없는 사람이다.

애초에 결혼과 임신, 육아를 거치면서 인간관계도 서서히 협소하게 정리가 되고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의 유형만 사귀려고 했다. 굳이 아이때문에 아이엄마들과의 관계도 맺지 않아 나의 인간관계는 정말 단출했다. 나는 그것이 나의 성향과 나의 일상의 루틴과 맞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직장생활을 안 하고 육아만 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니 새로운 인간관계는 크게 생길 일이 없었다.

가끔 부딪히게 되는 아이엄마와의 인연들에는 간간히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을 뿐, 나에게 큰 동요를 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아이의 아동학대 사건이 생기기 전에 나는 대게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었다.

평소 '이 정도면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나는 그 생각이 아주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된 것이었고,

아이와 내가 놀다가 무사하게 집에 들어와 잠들기 전 누워있는 시간도 감사하게 느껴질 만큼 감사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인생에 큰 파도가 한번 지나간 기분이다. 단연 그 속에 잔잔한 파도는 무수히도 많았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매일매일 망치로 머리를 때려 맞는 기분.

그래서 정신을 차릴래도 차릴 수가 없었던 그 거친 파도 속의 나는 이제서야 의문점들이 생기고 상황들이 조금은 선명하게 보인다. 그리고 흐르는 시간 속에 진실은 언젠간 밝혀진다는 진리가 있듯, 특히나 동네에서의 우리 가정에 대한 2차 가해문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내 귀에도 들려왔다. 그 가해문제라 하면 이 동네에 우리 가정의 일원을 하나하나 다 쓰레기로 만든 사람들 말이다.


나는 사실 그 대상으로 이전부터 짐작하고 있던 같은 반 엄마가 한 명 있다.

그 사람을 보면 늘 내 기분이 찝찝했다. 위태롭게 저 사람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그런 직감이 들었지만 내 심증 가지곤 그 사람에게 따져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가 다른 기관에서 이 어린이집으로 옮겨온 시기는 6세 끝자락이다.

학기 도중 우리 아이나 내가 새롭게 재원 하게 된 것이니 이 원에 기존에 다니는 엄마들에게는 새로운 얼굴이었을 것이다. 그 중 한 엄마는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이었고, 때론 적극적이었다.

아직 친해지지 않은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놀이터에서 팔짱을 낀다던지 멀리서 나를 크게 부른다던지 내심 속으론 속도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것이 부담스러워 여러 번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오다 어느 날 친한 지인이 나에게 해준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꾼 기억이 있다.

'너에게 다가오려는 사람은 많은 것 같은데 네가 그 사람을 알아보기도 전에 밀어내는 것 같다'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나의 이런 성격을 돌아보게 되었고, 최근에 가장 손을 내밀었던 그 엄마에게 바쁜 일이 지나갔으니 커피 한 잔을 하자고 먼저 연락을 했다. 또 여러 번 어떤 제안을 받으면 나도 한 번은 먼저 해야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만남에서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듣고 왔다.

카페에서 그 엄마와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본격적인 첫 대면에 본인의 남동생과 남동생 와이프까지 사진을 보여주며 가정사를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게 다소 뜬금없었다.

내 아이가 이 어린이집으로 옮겨오게 된 이유가 부모인 내가 우리 아이만 밥을 늦게 줘서 컴플레인을 걸고 나왔고 그것이 소문이 동네에 났다는 것이었다. 뜬금없을 뿐만 개연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였다.

그 엄마가 꺼낸 소문이 사실이 아니여서가 가장 컷을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 현재 엄마들 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에 사람들이 다 좋은 사람들인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잘못 들어와서 물을 흐리지 않느냐는 말을 나에게 했다.

나는 이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사실 처음엔 알아듣지를 못했다.

누군가들과 모임을 하려고 나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그리고 본인이 이 소문이 맞는지 확인하러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문이 맞으면 소위 별난 엄마이고 그 미꾸라지가 내가 될 수 있으니 말한 것이었다. 나는 일단 그 소문에 대해 정정을 하고는 뜬금없는 이야기에 어리바리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는 찝찝한 이런 엄마와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고,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그 엄마에게 연락을 해 그런 소문은 처음 들어봤고 그런 사실도 없으며 나는 모임을 하고 싶지가 않다고 내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그런 소문은 누가 말했는지를 물으니 당황하며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정신병자가 떠들었다고 생각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난 넘어갔다. 잊은 게 아니라 그냥 넘어간 것이다.

그 이후 그 엄마와 같이 다니는 무리에 대한 나의 편견은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사실도 아닌 소문을 다 함께 이야기하며 늘 무리를 지어 다니는 엄마들이라고.


그런데 그들은 나의 생각과 이 사건이 생긴 이후 행동이 내가 보기엔 여전했다.

당시 반 전체 부모들이 아닌 일부 부모들만 모은 단체 채팅방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거기에서 나는 '또라이'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여는 입에 나오는 주된 소문을 낸 사람은 나와 커피를 마신 그 엄마였다. 우리 사건이 뉴스에도 보도되었음에도 '그거 사실 아니야, 내가 그 기자 고소할 거야, 방송사에 제보할 거야.'라고 확신적으로 말한 턱에 일부 엄마들이 뉴스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 동네에 초등학교가 1개여서 이 동네 아이들은 모두 같은 초등학교를 가는데 우리 아이와 커피를 마신 그 엄마의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엄마는 뒤에서 나와 같은 반이 되어서 좋다며 나한테 한 마디 했다며 허세 아닌 허세성 발언을 하고 다녔다고 한다. 실제 그 엄마는 나에게 어떠한 말도 한 적이 없다.

기가 찬 내가 왜 같은 반 된 게 좋았냐는 물음에 다른 엄마들이 나와 같은 반이 되는 걸 무서워했다는 대답을 하고는 그래서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고 했다.

평소에 누구와도 무리 지어 다니지도 않고, 꼭 해야 되는 말 이외에는 입을 열지를 않는데 왜 내가 무서운 사람이 되어있는 건지 아니면 이것도 사실인걸 사실이 아니라고 한 식의 거짓말인지 알 수가 없지만 난 이미 너무 말로 선을 지나쳐버린 이 사람이 끔찍하게 싫어졌다.

그 뒷 이야기를 하나둘씩 알아버리고 나니 사람에게 신물이 났다.

현재도 그들은 나와 우리 아이에게 인사를 하는 식으로 너무나 뻔뻔한 행동을 하고 있다.

물론 본인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닌 내용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본인은 느낀 대로만 말했다는 것이다.


'네가 느낀 게 뭔데?'


처음 악연은 끝까지 악연인가 보다. 이제는 그 얼굴만 봐도 징그러운 정도가 되었다.

사실은 원래의 나는 누구도 미워하기 싫은데 누군가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미워하다 보니 그런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졌다. 어느 날은 울음이 터져버렸다. 말 그대로 예고 없이 터져버렸다. 그렇게 한참을 자제 없이 울고는 내 아이가 내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내가 아이에게 말했다.

울고 싶을 때는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때도 있다고. 그래서 엄마도 울었던거라고. 엄마 이젠 속이 시원해졌다고 아이가 혹시 놀랬을 심정을 생각하며 말해주었다.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무지개 같은 거구나. 먹구름이 꼈다가 해가 뜨면 무지개잖아.”라고.

그렇게 내 아이는 존재 그 이상으로 나를 껴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일어서서 그들도 잘못한 죄를 받게 하리라고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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