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들을 당한다.
예상하고 미리 예방하면 좋겠지만 준비 없이 일어나는 일이니 사고가 아닐까.
이 사고? 의 원인은 날이 너무 좋아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학년별로 체험학습을 갔다.
체험학습을 하고 돌아오는 길. 진짜 날이 너무 좋았다.
사람들을 모아 시간을 보내지 않는 극 내향형인 나도 사람들과 맥주가 참 먹고 싶은 날이었다.
용기를 내, 처음으로 사람들을 모았다.
다행히도 연락을 드렸던 사람들은 모두 흔쾌히 시간을 내주었다.
그렇게 얼떨결에 모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며 보낸 시간들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다.
금요일.
학교에 계신 나이가 많으신 선생님께서 오후에 복도로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물어보신다.
"어제 맥주 마신 사람들 누구인가요? 누가 모았나요? 마ㅓ초ㅕㅗ아ㅓㄷㄹㅈㄷ루ㅏㄴㅇ햐ㅕㄷ고"
너무나 당황스럽다. 누군가는 그 부름? 에서 빠져서 화가 났고. 누군가는 그 부름? 에 빠져서 울었단다.
처음에는 누군가 울고 화가 났다고 하니 뭔가 크게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계속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성적인 머리가 돌아가며 점점 차분해진다.
'그게 울일인가? 뭐. 서운할 수도 있겠네. 근데 난 그분들이랑 아직 안 친한데? 부르는 게 더 실례인지 않은가? 그리고 그게 이렇게 큰일이 될 사건인가?'
그리고 뜨뜻미지근한 표정이 된 내가 말했다.
"제가 맥주가 너무 먹고 싶어서 불렀어요. 날이 너무 좋아서."
조금 더 내 입장을 말씀드리고 인사를 드린 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주말이 되기 전 나와 함께했던 선생님들께 사과를 드렸다. 애써 시간을 내준 사람들이 나 때문에 곤란해졌다.
그리고는 괜찮다는 답문이 돌아오며 그 사건에 대한 다른 면들을 접한다.
그렇게 여러 조각들이 모였다. 나는 왕따주동자가 되었고 나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함께 왕따를 시킨 사람들이 되었다. 더는 참을 수 없다.....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 괜찮지만 이건 다른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동안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다.
월요일 아침. 교감선생님께 갔다.
"교감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응?!! 선생님들이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혹시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내가 알아봐 줄까요?"
"네. 저는 이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그렇게 교감선생님께서 나서주셨고 나는 그 선생님과 1:1로 이갸기를 할 수 있었다.
"아휴. 그게 그런 게 아니고. 나도 주말 동안 생각하면서 오해를 하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말을 하다 보니..."
"선생님. 저는 선생님께 너무 서운했어요. 제가 마치 큰 잘못을 한 줄 알았고, 다른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아이고.. 미안해요... 나는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냥 편하게 말했던 건데..."
그렇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셨다. 나도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렸고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원하지 않든 원하든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날의 사람들을 지킬 수 있었다.
고민했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께 사과를 받고자 하는 내 모습이 자칫 버릇없어 보이려나.
사건이 해결되지 않고 더 심각하게 진행되면 어쩌나.
다다음날이 스승의 날인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건 아닌가.
교감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건 오버하는 게 아닐까. 등등.
그런데 이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혼자면 오해를 받고 그냥 지나갈 수 있었지만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하는 더러운 성질머리가 이 사건에 또 발동되었다.
일들은 천천히 수습되었다. 표면적일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떤 쪽을 향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고민했고 행동했기에 후회는 적을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말할 때 나도 오버하는 경우가 있겠지. 그러니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좀 더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