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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콩 May 25. 2024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직장에서 왕따이슈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이럴 때는 예쁜 가사, 정리된 가사, 슬픈 가사 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정신이 그대로 반영되는 나의 글들은 가끔 일기장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다.

가사도 그렇다. 연습으로 스킬을 늘려 프로처럼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난 이제 시작하는 작디작고 하찮은 새싹이기에 그런 프로미 낭낭한 느낌은 없다.



그 주에 받은 과제를 해야 하는데 마음은 어지럽고 이미 인류에는 사라졌다.

원래도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는 편이지만 그런 일들을 겪고 나면 기대감이 더 떨어진다.

거의 실종된 인류애를 가지고 겨우 가사를 써보려 노력한다.



한참을 끙끙거렸지만 역시 소용이 없다. 인류애가 사라졌는데 사랑이든 이별이든 그딴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감정과 관계라 느껴진다.  

그리고 나오는 감정과 키워드는 분노, 서운함, 서러움, 날 선 단어들 뿐이다.

애라 모르겠다. 그냥 뭐라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난 내 감정을 어디든 쏟아내야겠다.



날 선 단어와 가사들이 나온다. 내용은 없다. 당연하다. 그냥 정리되지 않은 것을 뱉어내고 있으니.

가사를 확인하시고 피드백 주실 선생님께 죄송하다. 그냥 분노와 서러움으로 그러데이션 된 가사를 보며 어떤 느낌이 드실까.



그렇게 그냥 가사를 제출하고는 다음 주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나 뭐라고 쓰여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

정리되지 않은 것은 역시나 글이나 가사로 표현되기 힘든가 보다.



예민하게 날이 서있는 사람이라 삐죽삐죽 나온 감정과 말들을 조금씩 쳐내야 하는 나는. 그래서 글을 쓴다.

차분히 생각하며 정리하면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의 가지를 쳐낼 수 있다.

가사는 오히려 어떤 부분의 감정, 관계, 상황을 크게 부풀려야 하는 작업이지만 그것도 재미있다. 드라이한 나에게 한 부분의 감정을 크게 생각해 본다는 것도 나 포함 다른 것들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요즘 글을 쓰거나 가사를 쓰는 내 모습이 재미가 없다. 이게 글태기? 인가 싶다. 도파민 중독자는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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