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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Sep 26. 2023

Chapter.6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2

“문제는 틈을 보이지 않는 거예요. 만약 당신이 잠이 부족하다고 해서 당신 자신을 동정하기 시작하면, 나쁜 힘이 거기서부터 헤집고 들어온다고요. 알겠어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저녁이 되자 갑자기 비가 내린다. 이런 날은 러닝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 선택이지만, ’될 대로 되라지‘라는 마음으로 나왔다. 나는 비 맞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많이 내렸지만 그냥 뛰었다.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비를 핑계로 오늘 하루를 쉬면, 포기할 수밖에 없는 더 큰 이유가 내일 생겨날 것이다. 그러면 쉬이 포기할 테고, 달리기는 나에게 점점 귀찮은 존재가 될 것이다.


 조금씩 빗발이 굵어지고, 평소 중랑천에 보이던 그 많은 자전거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이지만 뛰는 사람도 없다. 비록 오늘은 3km 정도 뛰고 복귀할 예정이지만, 그래도 어딘가 내 모습이 강하게 느껴졌다. 노래는 켈리 클락슨의 stronger을 틀었다.


  매일 달리는 중랑천 코스는 노면에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도 내가 달리는 지점이 얼마 정도인지 대충 감이 온다. ‘이쯤이면 1km를 지났겠구나’, ‘이 다리를 지났으니 3km 정도 뛰었겠군’, ‘여기서 돌아가면 딱 왕복 6km다’ 하고.


 매번 왕복 코스로 짜기에 적당히 달리다가 힘이 빠져도 도중에 그만둘 수 없게 훈련이 되곤 한다. 왕복코스는 무언가 금세 포기해버리는 나에게 알맞은 코스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가도, 내가 속한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나는 계속 달린다.


 달리기는 틈을 보이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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