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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Sep 22. 2023

Chapter.5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0살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일반 서점 모양새를 갖춘 깔끔한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남들보다 늦게 책 읽기에 흥미를 붙이고 난 뒤, 마음에 드는 책을 중고로, 또 새것으로 알음알음 사 모았다. 새롭게 알게 된 중고서점에서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는 제목의 무리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 선 채 읽어봤다. 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포인트가 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그의 문체에 반해 라디오 에세이 시리즈 3권을 구입했고 단 며칠 만에 독파했다.


 그렇다. 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 에세이부터 소설 또 여행기까지 그의 수많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이번 제목으로 인용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어려서 나는 썩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소년이었다. 아니, 그렇게 상정했다 보는 게 맞을지도. 본래 사내아이라면 축구쯤은 잘하는 게 당연한 시대에 살았지만, 내 발등은 다이아몬드 모양새를 하고 있는 건지 날아오는 볼을 엉뚱한 방향으로 패스하기 일쑤였다. 끼리끼리 팀을 만들어 축구를 즐기는 삶을 동경했지만 마음만큼 몸은 따라주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들은 자연스레 나를 경기에 찾지 않게 됐고, 운동은 성가시고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지냈다.

 

 수영장 시설 보수공사로 수영을 못하게 된 지 이 주째가 되는 날 저녁이었다. 나는 요가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있었는데 후반부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에세이가 언급됐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읽던 책을 덮고 서점으로 가 책에 나왔던 에세이를 구입하여 읽어보았다.


 책을 매개체로 나의 과거를 새롭게 되짚어보니 나는 꽤 운동을 좋아했고 꾸준히 운. 동. 같. 은. 것. 을 하며 살아왔다. 달리기, 걷기, 근력 트레이닝, 수영 등. 내가 동경하는 팀 스포츠들에 비해 근사한 면은 없어 보이지만, 나 나름대로 혼자 호흡하며 고군분투하는 그런 고독한 모양의 스포츠는 적성에 잘 맞았던 것이다.


 나는 달리기 위해 무작정 나갔다.


 무난한 3km부터 시작했다. 출발할 때의 느낌은 좋았지만 반환점부터 숨이 가빠 오기 시작했다. 맥박이 분당 200을 넘어 심장이 터져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 때쯤 도착지에 도달했다. 곧 죽을 사람처럼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완주했다는 작은 성취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달리는 행위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만성으로 앓고 있는 과민성 복통이 조금씩이나마 괜찮아진다고 느끼고 있다.


 지금도 날씨가 허락되면 매일 달리고 있다. 이윽고 마라톤 대회까지 참가하게 됐고,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딱 3개월이 지난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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