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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민 Nov 02. 2023

Chapter.13

불안 선지급

 결국 한 곳의 퇴사를 결정했다. 축복이라면 축복인 점이 있다면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기에, 하나 그만둔다고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꾸지 않는다(나름의 타격은 좀 있지만). 어쨌는 개운한 마음이 한 사흘 정도 지났으려나, 사람 마음 참 간사한 게 홀가분한 기분이 어느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불안이 문득 찾아와 똬리를 틀었다. 3개월 후에는 이사 가야 해서 돈이 좀 필요할 텐데 너무 감정에만 치우쳐 섣부르게 그만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과도한 업무에 짓눌리다 페이스를 다시 찾고 싶어 그만뒀는데 불안은 다른 모양새로 찾아온다. 여유로운 시간에 내 생각 깊이 파고들어 ‘너 이대로 괜찮겠어?’라고 말한다. 시간은 많아졌는데 일은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고, 매일같이 해오던 저녁운동은 포기해 버렸다. 글을 쓰기도 싫고 그림도 그리기 싫다. 그저 어두운 방, 차가운 바닥에 누워 핸드폰 화면만 바라본다.


 '떨어지면 어쩌지, 안 되면 어쩌지, 일어나지도 않은 나쁜 일들을 상상하다가 무기력해졌다. 그러다 결과가 상상과 맞아떨어지라도 하는 날이면 미리 장착해 둔 불행을 수류탄처럼 꺼내서 자폭해 버렸다.' (솔직히 출근 생각하면 잠이 안 오는 당신에게) 최근 제목에 이끌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책을 통해 느낀 게 많다. 나 혼자만 미래의 불안을 먼저 끌어안고서 사는 게 아니구나 하고.


 그나저나 불안의 반대말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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