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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국시 축석본점, 기름기는 빼고 내 마음은 채웠다

내 장(腸)이 인정한 유일한 돈까스

by 무어 Feb 19. 2025

나는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장이 좋지 않아 기름지고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고, 턱도 좋지 않아 오래 씹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음식에 대한 평을 하면 누군가는 “뭘 안다고 음식 평가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인정한다. 내가 식당을 고르는 가장 큰 기준은 맛이 아니다.

‘안전’이 1순위다. 아무리 맛있어도 먹고 탈이 난 식당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 역시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내가 추천하는 식당의 조건은 세 가지다.


첫째, 먹고 나서 탈이 나지 않을 것.

둘째, 감동의 포인트가 있을 것.

셋째, 맛있을 것.


그런 점에서 오늘 소개하는 식당은 내가 수도 없이 다녀간 곳이다.

이 브런치북을 한 편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않는다.

돼지기름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당에서 절대 주문하지 않는 대표적인 메뉴가 돈까스다.

그런데 유일하게 먹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공국시 축석본점’이다.

이 식당을 찾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몇 년 전 봄, 집에서 가까운 광릉수목원에 갔다가 차를 몰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수목원 근처 유원지인 고모리를 들렀다가, 아프리카문화원을 지나 의정부 쪽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비빔국수를 떠올렸고, 그러다 눈에 띈 곳이 이공국시였다.

봄날이라 그런지 식당 밖에는 자전거가 10여 대 세워져 있었다.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온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왼쪽에는 테이블석, 오른쪽에는 좌식 방이 있었다.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 ‘맛집 포스’가 느껴졌다. 다행히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 자리를 잡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를 둘러봤다. 다른 손님들이 주로 뭘 먹는지 살펴보니, 대부분 비빔국수와 돈까스를 먹고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비돈’이라는 세트 메뉴가 눈에 띄었다. 비빔국수와 돈까스를 함께 내는 메뉴였다.

첫 방문이라 잘 몰라서 비돈 세트 하나와 비빔국수 하나를 주문했다. 나는 돈까스를 먹지 않기 때문에 국수만 먹으려 했다.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셀프바에 잔치국수가 준비되어 있어 한 그릇 가져왔다.

멸치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깔끔하면서도 감칠맛이 풍부했다. ‘이 정도면 본 메뉴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감이 커졌다.

잠시 후, 주문한 비빔국수와 비돈 세트가 나왔다.


비빔국수는 국물이 자박하게 담겨 있었다. 면 위로 양파와 치커리, 김치가 올려져 있다. 젓가락을 들어 면을 한입 넣었다.

잘 익은 면이 탱글탱글하게 씹혔다. 양념은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매콤했다. 먹을수록 입안이 시원해지고, 면을 한가득 넣을 때의 쾌감이 전해졌다.

자연스럽게 돈까스 맛이 궁금해졌다.

와이프가 먹고 있는 돈까스를 작게 잘라 단면을 살펴봤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겉에는 바삭한 튀김꽃이 고르게 퍼져 있었다. 고기는 적당한 두께로, 기름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때? 질겨?”

“전혀. 기름기도 없고, 한입 먹어봐.”


망설였지만 결국 한입 먹어봤다.

첫 입은 바삭했다. 이어서 느껴지는 육질은 전혀 질기지 않았다. 특히 놀라운 점은 기름기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튀김가루가 고기를 잘 감싸고 있어, 튀김기름이 스며들지 않았다.

어떤 돈까스집은 고기보다 튀김옷이 더 두껍거나, 기름을 너무 머금고 있어 씹을 때 물컹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이곳은 달랐다.

작게 자른 돈까스 한 조각을 비빔국수에 얹어 먹었다.

“원래 고기와 면을 함께 먹는 게 진리 아니겠나.”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주문한 메뉴를 모두 먹고도 아쉬움이 남았다. 배는 불렀지만,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마무리했다.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불안감이 남았지만, 두고 보기로 했다.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지나도 배는 평온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첫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 주에 또 갔다.


이번에는 비빔국수 하나와 치즈돈까스를 주문했다.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비빔국수를 두 개 시킬 필요는 없었고, 돈까스를 먹어봤으니 치즈돈까스가 궁금해졌다.

역시 겉은 바삭하고, 기름기가 거의 없었다. 칼로 썰자 단면에서 부드러운 치즈가 터져 나왔다. 따뜻한 고기와 쫀득한 치즈가 어우러져 입안 가득 달콤한 풍미가 퍼졌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한입 넣고, 비빔국수를 한 젓가락 더했다.

그 조합이 놀라울 만큼 잘 어울렸다.마지막은 잔치국수 국물 한 모금으로 마무리.


“이보다 더 완벽한 주말 외식이 있을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공국시라고 다 같은 맛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번은 사람이 너무 많아 바로 옆 축석휴게소점을 방문했는데, 이곳은 뷔페식으로 운영되어 맛이 달랐다.

남양주 별내에 있는 이공국시도 같은 브랜드지만, 본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 외 지점은 가본 적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축석본점과 같은 맛을 내는 돈까스집은 본 적이 없다.


“나 같은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돈까스라면, 누구나 안전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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