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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잘 안먹는데 이 집 반했다 (정아각 수유)

진짜 맛있는 자장면을 먹고 싶을 때 꼭 가야 함

by 무어 Feb 08. 2025


나는 중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지 않는 데다, 먹고 나면 소화가 잘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두통이 와서 탈이 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생각나는 중국 음식이 있다. 바로 자장면이다. 누구에게나 자장면은 추억의 음식이다. 가족 단위로 중국집을 찾았던 기억, 인당 자장면 한 그릇에 탕수육 한 접시를 함께 나누던 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자장면은 그런 추억이 없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중국집에 간 기억이 없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에도 부모님은 거의 오지 않으셨다. 팍팍한 삶 속에서 낭만을 찾을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자장면은 그저 ‘흔한 음식’ 일뿐,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정아각’이라는 중식당을 찾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내는 작품을 스캔하고 액자를 제작하는 업체와 정기적으로 거래하는데, 그 업체가 서울 우이동에 있었다. 그날은 맡겼던 그림을 찾으러 가는 날이었다. 늦은 아침을 먹고 그림을 찾아보니 어느새 오후 2시를 훌쩍 넘겼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평소 우리는 식당을 고를 때 중식은 아예 후보에서 제외했지만, 그날은 마침 흑백요리사 정지선 셰프의 빠스(바삭한 튀김요리에 설탕 시럽을 입히는 중식 기법)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라 중식도 후보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우연히 수유에 있는 ‘정아각’이라는 식당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중식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식당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인지 줄을 서진 않았지만, 테이블은 거의 만석이었다. 식당은 깨끗했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었고, 젊은 직원들이 서빙을 맡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같기도 했지만, 직원들끼리 사이가 좋아 보여 가족이 운영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옆 테이블을 보니 대부분 짬뽕과 탕수육을 먹고 있었다. 나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짬뽕 하나, 자장면 하나를 주문했다.


먼저 짬뽕이 나왔다.


넓은 항아리 같은 그릇에 홍합과 바지락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버섯과 채소가 곁들여져 있었고, 무엇보다 국물 맛이 깊고 진했다. 수년 전 성남 복정동에서 살 때 자주 찾았던 ‘뿅의 전설’이라는 짬뽕집이 떠올랐다. 그 집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맛이었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고, 면을 듬뿍 집어 먹어보았다. 면의 굵기와 익힘 정도가 딱 좋았다. 턱이 좋지 않아 오래 씹는 것을 싫어하는데, 적당한 굵기에 질기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보통 식당에서 제공하는 홍합은 말라비틀어졌거나 껍질이 깨져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의 홍합과 바지락은 신선했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었고, 해산물 특유의 비린 맛도 전혀 없었다.


맵기는 적당했다. 나는 매운 음식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조금만 매워도 잘 먹지 못하는데, 이곳의 짬뽕은 딱 맛있을 정도의 매운맛이었다.


짬뽕을 나눠 먹고 있을 때, 자장면이 나왔다.

겉보기에는 양념이 강하지 않고 약간 묽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짜장의 색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입 먹어보니 의외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났다. 느끼함이 전혀 없었고, 짠맛과 단맛의 조화가 절묘했다. 면의 익힘 정도도 적당했다. 나는 보통 면만 건져 먹고 짜장 소스는 남기는 편인데, 이곳의 짜장은 전혀 기름지지 않아 남김없이 비워냈다. 밥을 시켜 말아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맛있게 식사를 마친 후, 혹시라도 탈이 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몸 상태를 살폈다. 2시간이 지나고, 3시간이 지나도 속이 편안했다. 신선한 재료와 ‘먹을 수 있는 기름’을 사용하는 집이라는 것이 몸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 후로 자주 정아각의 자장면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가야지’ 하면서도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다음번에는 탕수육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 집이라면 충분히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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