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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 Dec 26. 2024

6. 내가 아는 전국 제일 감자탕집-맛나감자탕 계룡본점

우리 회사는 1년에 4번 제휴된 콘도를 사용할 수 있고, 회사에서 운영하는 연수원을 4번 휴양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콘도는 보통 롯데 속초를 자주 가고, 연수원은 대전 유성에 있는 연수원을 간다.


유성에 있는 연수원에는 수영장이 있다. 길이는 약 70미터에 폭은 40미터쯤 되고 깊이는 160센티 정도 된다. 특히 지하수를 사용해서 물이 깨끗하다.

사람도 없어서 저녁을 먹고 7시쯤 가면 한두 명만 있는데, 그 넓은 수영장을 전세 낸 것처럼 쓸 수 있어서 좋다.


이 연수원을 갈 때마다 가는 맛집이 한 곳 있다.

서울에서 가자면 유성 IC를 지나 계룡 IC까지 가야 하는데, 연수원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맛나감자탕 본점.


처음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돼서 갔다. 큰 기대는 없었고, 유성 연수원에 왔는데 딱히 주변에 갈 곳이 없어서 시간도 보낼 겸 이동하게 됐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 넓은 홀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식당은 전반적으로 깨끗하다. 잘 정리되어 있고, 신발을 벗기 때문에 먼지가 날리지도 않는다.

테이블 위에는 일회용 앞치마와 무선 핸드폰 충전기 등이 놓여 있다.


대표 메뉴인 목뼈 감자탕을 주문했다.

사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돼지고기를 먹으면 꼭 탈이 나서 절대 먹지 않는 것 중에 하나인데, 이상하게 감자탕만은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

기름기를 쭉 뺀 조리법과 시래기 등 야채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릴 적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감자탕은 어린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끌어내는 음식이다.

한창 못 살던 시절, 엄마 없이 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음식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흔히 집밥이라고 표현하는 엄마가 해 준 따뜻한 한 끼의 추억이 다들 있겠지만, 나에게 집밥은 혼자 차려 먹는 특별할 것 없는 쓸쓸한 식사 시간이었다.

그렇게 소년 시절을 지나 중학교에 올라가고, 고모와 바로 옆집에 살게 되면서 ‘집밥‘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됐다.

고모가 해 주는 음식은 푸짐하고 종류가 많았으며 맛있었다. 내 입에만 그랬던 게 아니라, 전라도 출신에 식당을 하셨기 때문에 솜씨가 좋았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까? 주말에 고모네 부엌에 들어갔는데 커다란 고무 대야에 돼지뼈가 가득 물에 담겨 있었다.

오늘도 맛있는 걸 하시나 하는 기대감에 어떤 음식을 하는지 물었는데, 그때 감자탕이란 음식을 처음 알았다. 돼지뼈에 피를 쭉 빼고 푹 삶고 양념을 해서 끓여 먹는 음식이었다.

어릴 때도 고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날 처음 먹어 본 감자탕은 놀라웠다.

고기가 질기지도 않고 연하게 잘 씹혔으며, 국물도 기름지지 않고 담백했다.

고모가 해 준 안전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져서 마음 편하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먹고 나서도 탈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 뇌에 감자탕이란 음식은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어 그 후로도 장에서 소화시킬 때 뇌가 영향을 줬을 것 같다.


맛나감자탕의 주 메뉴는 목뼈 감자탕인데, 살이 선분홍색을 띤다. 닭고기 퍽퍽 살을 한결씩 떼어 내듯이 결이 살아 있다. 물론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고기가 신선하고 살이 많이 붙어 있다. 입에 넣으면 ‘나 고기야’라는 말을 하면서 혀끝에 닿지만, 두 번 정도 씹으면 분해되어 고기 특유의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잘 말린 시래기는 너무 연하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다.

종종 삭을 정도로 부서지는 시래기를 넣어주는 집들이 있는데, 시래기를 잘못 다루는 집이다.

시래기는 배추의 결대로 찢었을 때 부서지지 않고 결이 살아 있어야 한다.

흡사 겉절이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서 갓 지은 뜨거운 밥 숟가락 위에 얹어 먹을 때처럼…


감자탕에는 당면이 들어간다. 오래 두면 국물을 빨아들여 차박해지고 당면도 불어서 짜지기 때문에 살짝 데쳐 먹는 느낌으로 국물에 담가 먹는다.


감자탕의 감자가 흔히 아는 감자가 아니지만, 이곳 감자탕에도 역시 밭에서 나는 감자가 들어 있다.

노릇하게 익은 감자를 한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숟가락으로 가르고 국물을 조금 담아 입에 넣으면 담백하다.

팽이버섯도 결대로 먹기 좋게 갈라서 잘 익은 파와 고기를 얹어 먹으면 씹히는 맛이 좋다.


이때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소주 한잔이다.

나는 술을 즐겨 먹지 않지만, 이렇게 좋은 안주가 있는 날엔 사람들이 왜 술을 찾는지 알 것 같다.


이곳은 감자탕 맛집이 분명하다. 하지만 식당으로서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면을 다 충족하는 곳이다.


우선 청결하다. 보통 고깃집의 테이블은 미끌미끌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면서 튄 기름들이 테이블에 고스란히 쌓여서 물걸레질로는 닦이지 않는 기름띠를 형성한다. 더러는 끈적끈적한 곳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더러움과 거리가 멀다. 반들반들 닦여 있는 테이블과 화로 주변의 스테인리스 테두리 역시 은광이 난다.

직전 손님이 먹다가 흘릴 법한 국물이나 고기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엔 커다란 외투에 냄새라도 베일까 걱정이 될 텐데, 외투를 양복 포장하듯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있다.

생수도 오픈하지 않은 새 제품을 1인 1병씩 마실 수 있게 되어 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도 적당히 준비되어 있다.


후식으로 준비된 보이차와 아이스크림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뜨거운 감자탕을 먹은 후 입가심으로 마시는 따듯한 보이차는 궁합이 잘 맞았다.

입안의 기름기를 퐁퐁으로 닦아내는 것 같은 신선함이 있다.


테이블마다 놓여 있는 치실과 무선 충전기를 통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하려는 사장님의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맛나감자탕은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 찾아보면 전국에 있는데, 나는 이곳 외에 다른 곳은 가본 적이 없다.

가보질 않아서 체인점 전체의 맛과 위생, 서비스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곳 계룡 본점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대전, 계룡, 논산까지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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