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사람은 누구인가?
글을 쓰고, 더 나아가 책을 낸다는 것은 ‘지적인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흔히 ‘지적이다’라는 표현은 지식이 풍부한 사람에게 쓰지만, 나는 ‘알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도 이 표현을 쓰고 싶다.
지성은 단지 머릿속에 든 정보의 양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궁금증에서 비롯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대체로 그런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이 궁금한 걸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어떤 일에 감정이 흔들리는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내 말투, 행동, 태도는 어떻게 형성된 걸까?
이런 질문은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더 먼 과거로 시선을 옮기게 만든다.
나의 부모, 그들의 부모, 조선과 고려를 지나 석기시대까지도.
나는 그런 궁금증 끝에 내 존재의 기원을 따라 인류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 적도 있다.
글쓰기는 그렇게 ‘개인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인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세상과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해답을 찾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다양한 가설을 내놓았다.
누군가는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고, 누군가는 생명의 시작을 단세포에서 찾는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해 완벽한 답을 내리진 못했다.
나는 그런 불완전한 세계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완벽한 해답이 없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 물음들이 글이 되기도 한다.
영화 _루시_에서는 인간이 뇌의 100%를 쓰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상상한다.
시간을 넘나들고, 물질을 움직이며, 존재의 근원을 추적해 가는 이야기.
물론 허구이지만, 우리는 그 설정에 희망을 느낀다.
‘혹시 나에게도 아직 쓰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이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인간이 평소에도 거의 모든 뇌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아직 쓰지 않은 90%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어떻게 더 확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그 해답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쓴다는 건, 질문을 품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생각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글로 표현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세상과 우주의 구조까지도 상상하게 된다.
작은 카페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켠 순간, 나의 뇌는 우주 끝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
그게 바로, 글쓰기가 가진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