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블로그 등 '공개된 공간'의 힘을 활용하기
영화 **<그래비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산드라 블록이 우주복을 입고, 연결선이 끊긴 채 홀로 우주에 떠 있는 순간이었다. 동료들은 모두 죽고, 주위엔 아무도 없는 완벽한 고요. 지구에 있을 땐 사람들의 관심과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막상 홀로 남겨지자 그녀가 느낀 건 편안함이 아닌 절망적인 고독이었다.
완전한 혼자만의 시간은, 이상적이기보다 공허할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문명은 '함께 사는 방식' 속에서 발전해 왔다. 생각이 부딪히고, 의견이 섞이며, 충돌과 공감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예전에는 사랑방이나 빨래터에서 수다를 떨었다면, 지금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같은 공간에서 떠든다.
본질은 같다.
억울한 이야기, 자식 자랑, 옆집 뒷담화, 철학적 고찰, 신기한 자연현상까지 —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말에 누군가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중독된다.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 리액션을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순간이 주는 쾌감은 도파민을 터뜨리기에 충분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을 글이라면, 그 글의 가치는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어릴 적 쓰던 일기도 대개는 누군가(선생님, 부모님)가 읽을 것을 전제로 한다. 인간이 쓰는 거의 모든 글은 누군가를 '상정한' 글이다.
글을 써서 책을 내겠다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독자를 전제로 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꾸준히 쓸 수 있는 동기가 생긴다.
처음 몇 편은 그냥 쓸 수 있다. 감정의 쓰레기통 같은 글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글은 오래가지 못한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끝없이 이야기하는 건 다중인격 심리치료 수준이 되어야 가능하다.
나는 '브런치스토리'를 선택했다.
처음 10개 글을 올리는 동안 구독자는 10명도 되지 않았다.
지인 몇 명에게 알린 게 전부였다. 프로필도 평범했고, 브런치의 인기 주제와도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본다는 상상만으로 글을 쓸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브런치 링크를 건넸고, 그로 인해 몇몇 구독자가 생겼다.
처음엔 글을 정말 읽고 반응해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글을 올리자마자 1분도 되지 않아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을 보고 깨달았다. 그들은 대부분 본인 홍보를 위한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가끔 진짜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사람도 있었고, 아주 드물게는 비방 댓글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누가 진짜 읽었는지가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상정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게 꾸준함을 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은 훈련의 동물이다.
아무리 소질이 없더라도, 꾸준히 하면 는다.
문제는 ‘꾸준히’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건,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상상이다.
그 상상 하나로, 당신도 계속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