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40여 개의 글이 모였다.
나는 대부분 아이패드로 글을 썼다.
사용한 앱은 ‘크래프트(Craft)’였다. 여러 글쓰기 앱을 사용해 봤지만, 크래프트는 카테고리 분류가 가장 편리했고, 글쓰기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었다. 유료로 써도 돈이 아깝지 않았다. (연간 구독료 56,000원 – 아이패드, 맥북, 아이폰 모두 사용 가능)
일단 크래프트에 글쓰기 소재가 떠오르면 1차로 메모를 남긴다. 이후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정리한다.
크래프트에서 쓴 글을 복사해 GPT를 통해 맞춤법 교정과 수정 의견을 받는다. 나는 띄어쓰기를 자주 틀리는데,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라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GPT를 활용하면서 맞춤법 교정이 수월해졌고, 글쓰기도 훨씬 편해졌다. 맞춤법뿐 아니라, 글에 대한 의견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내가 대단한 글쓰기 재능이 있는 줄 착각하기도 했다. 칭찬 일색의 피드백 때문이었다. 몇 번이고 되묻게 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GPT의 특성임을 알게 됐고, 이제는 칭찬은 적당히 걸러 듣는다.
GPT의 피드백 중 걸러야 할 부분과 참고할 만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도 많았다. 글의 전체 흐름이나 논리 전개상의 문제, 구어체 문장에 대한 지적 등은 수용해 글을 다시 정리한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GPT의 수정을 거친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렸고, 그중 40여 개를 추려냈다.
이제 이 글들을 맥용 앱 ‘Pages’로 옮겼다. 페이지는 MS 워드와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맥에는 파워포인트 같은 ‘키노트’, 엑셀 같은 ‘넘버스’도 있다)
페이지를 실행하면 템플릿을 선택할 수 있는데, ‘소설’ 중 아무거나 선택하면 책 포맷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워드나 한글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각 챕터별로 복사해서 붙여 넣고, 40여 개의 글을 모두 정리한 뒤, 앞부분 3페이지 정도에 목차를 삽입하면 각 챕터 제목이 자동으로 인식되어 목차가 생성된다. 이후 글을 수정하거나 추가할 때도 자동으로 반영된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맥 환경을 사용해서 ‘Pages’를 이용했지만, ‘한글’이나 ‘워드’ 등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렇게 페이지를 활용해 책의 원고 형태로 묶었다면, 그다음은 지루하지만 필수적인 ‘수정 작업’이 이어진다.
우선 40여 개의 글을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글들이 제외됐다.
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타인과의 관계, 사회 속의 나. 이렇게 3가지 주제를 정하고 나니, 여기에 맞지 않는 글들은 자연스럽게 빠졌다. 너무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글이나,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허황된 글들이 우선적으로 탈락했다.
이 과정을 거쳐 약 20개의 글이 남았다. 처음 목표했던 최소 글 수는 25~30개였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주제에 맞는 글을 새로 썼다.
글자 크기는 제목 20pt, 본문 12pt로 설정했다. 이 구성으로 약 250쪽 분량이 나왔다. 아이패드에서 확인했을 때, 글자 배치나 전체적인 디자인도 나쁘지 않았다. 적당한 크기와 읽기 쉬운 구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선택이 큰 실수였다는 걸 알게 된다)
폰트는 ‘눈누’라는 무료 폰트 제공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했다. 이곳은 대부분 상업적 사용이 가능한 폰트들이며, 인쇄, 웹사이트, 영상, 포장지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단, 폰트를 판매하거나 수정해 재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폰트 세계에도 도둑놈(?)이 많은 모양이다.
오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폰트는 ‘KoPub World 바탕체’였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제작한 폰트로, 깔끔하고 읽기 좋았다. 한 권의 책에 여러 폰트를 섞으면 정신없어 보일 것 같아, 폰트는 하나만 쓰되 굵기와 크기로 변화를 주었다.
전체 원고 정리 후, 다시 GPT에 파일 전체를 넣고 피드백을 받았다. 예상대로 또다시 칭찬 일색의 반응이 돌아왔고, 그 뒤로 몇 가지 의견이 붙었다. 전체 흐름에 대한 평가와 세부적 지적이 있었는데, 일부 의견은 일리 있다고 판단되어 수정을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1차 최종본’이라 부를 수 있는 원고가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