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자의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선택부터 집단의 하나로써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날지 말지, 밥을 먹을지 말지, 일을 할 땐 A안으로 할지 B안으로 할지, 저 사람과 인사를 나눌지 말지도 순간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유혹에 처한 순간에도 선택은 ‘자의’이다. 돈의 유혹, 마약이나 이성 등 쾌락에 대한 유혹, 분노나 폭력에 대한 유혹, 나태함에 대한 유혹.
그런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고 캐릭터가 결정된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하이재킹’을 보면 주인공들은 매 순간 선택의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빨갱이로 몰리면서 핍박받는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억울하게 감옥까지 가게 되는데, 출소한 후 집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굶어 죽어있는 어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처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인생의 파멸을 맞게 된다.
한편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또 다른 주인공 역시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북으로 향하자, 격추시킬 것인지 보낼 것 인지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그는 쏘지 못한다. 쏘았다면 수십 명이 하늘에서 죽을 수 있는 상황, 그대로 두면 북한으로 피랍되어 이후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역사적으로는 그때 북한으로 갔던 승객들 중에서, 50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 1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종사의 선택으로 또 다른 수십 명은 살아서 남한으로 돌아왔다.
비행기 안에서 테러범과 격투가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주변 승객들은 선택을 한다. 누군가는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누군가는 돕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과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까지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인간적으로 테러범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불편한 지점도 있다.
전쟁 직후 정치적,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고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적 현실은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주홍글씨로 박히게 되고 빨갱이로 규정되어 수많은 기회를 차단했을 것이다. 당시 사회분위기에서는 한번 낙인찍힌 사람은 더 이상의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것이다.
2024년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철에 앉아 편안하게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선택을 했다.
(물론 보는 이가 없는 글이지만 언젠가 내가 책을 낼 때, 이 글도 반드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들 한다.
나라면 주인공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국사회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안타깝고 불편한 지점이 많이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