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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PD Jul 03. 2024

하이재킹, 선택의 딜레마에 놓이는 순간

인간은 누구나 자의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선택부터 집단의 하나로써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날지 말지, 밥을 먹을지 말지, 일을 할 땐 A안으로 할지 B안으로 할지, 저 사람과 인사를 나눌지 말지도 순간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유혹에 처한 순간에도 선택은 ‘자의’이다. 돈의 유혹, 마약이나 이성 등 쾌락에 대한 유혹, 분노나 폭력에 대한 유혹, 나태함에 대한 유혹.


그런 선택의 순간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고 캐릭터가 결정된다.  

최근 개봉한 한국영화 ‘하이재킹’을 보면 주인공들은 매 순간 선택의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빨갱이로 몰리면서 핍박받는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억울하게 감옥까지 가게 되는데, 출소한 후 집에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게 굶어 죽어있는 어머니를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처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인생의 파멸을 맞게 된다.   

한편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또 다른 주인공 역시 승객을 태운 여객기가 북으로 향하자, 격추시킬 것인지 보낼 것 인지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된다. 군인으로서 명령을 따라야 하지만 그는 쏘지 못한다. 쏘았다면 수십 명이 하늘에서 죽을 수 있는 상황, 그대로 두면 북한으로 피랍되어 이후 어떤 정국이 펼쳐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역사적으로는 그때 북한으로 갔던 승객들 중에서, 50년도 훌쩍 지난 지금까지, 1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종사의 선택으로 또 다른 수십 명은 살아서 남한으로 돌아왔다.    

비행기 안에서 테러범과 격투가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주변 승객들은 선택을 한다. 누군가는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누군가는 돕기도 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과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까지 보여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인간적으로 테러범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불편한 지점도 있다.   

전쟁 직후 정치적, 사회적으로 성숙하지 못했고 남북으로 분단된 국가적 현실은 누군가에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나’의 선택과 무관하게 주홍글씨로 박히게 되고 빨갱이로 규정되어 수많은 기회를 차단했을 것이다. 당시 사회분위기에서는 한번 낙인찍힌 사람은 더 이상의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것이다.  


2024년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하철에 앉아 편안하게 유튜브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글을 쓰는 선택을 했다.  

(물론 보는 이가 없는 글이지만 언젠가 내가 책을 낼 때, 이 글도 반드시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성인이라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들 한다.  

나라면 주인공의 삶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한국사회의 비극적 실화를 바탕으로 안타깝고 불편한 지점이 많이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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