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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어PD Jul 04. 2024

알파메일의 최후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에 대한 생각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3일 만에 읽었다.  

유시민의 문장이 짧고 간결하며 논리적이기 때문에 글이 술술 읽히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사상과 공유하는 ‘정서’가 같기 때문에 더 흥미를 갖고 읽어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유시민에 대한 동경도 생겨났다.  

우리가 보통 어떤 사람에 관한 글을 쓰거나 책을 쓸 때는 위인이 될만한 사람을 쓰게 된다. 주로 본받을만한 업적에 대해, 훌륭한 사상과 연구 성과, 인류에 이바지한 행동들…  

유시민이 이 책을 쓰며 몇 날 며칠을 ‘그’를 떠올리며 고민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생각하며 글을 썼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 시대,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식인이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들였다는 게 속상했다.  

더 나은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고 혹은 더 좋은 여행지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느낀 바를 전하고 추천하거나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 줄 수 있을 텐데… 왜 세상에 하등 쓸모없는 ‘그’라는 사람을 이토록 긴 시간 생각하며 책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됐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유시민도 나몰라라 하며 자신의 일만 하기엔 양심이 허락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면 몰랐지 ‘그’라는 사람이 한국을 이토록 망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 해결방법을 나름대로 고민해서 제시하는 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유시민은 ‘그’를 알파메일(Alpha Male)로 규정했다. 해석하면 우두머리 수컷이다.   

알파메일이라고 다 독재자는 아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리딩 하는 형식은 다양하다. 늑대의 경우엔 알파라고 불리는 리더가 있지만 권력을 독점하는 형태는 아니다. 침팬지나 사자 같은 무리가 알파메일이 권력을 독점하는 형태를 보인다. 유시민이 예로 든 알파메일의 권력 형태는 ‘고블린’과 ‘아모스’라는 알파메일 침팬지를 예로 들고 있다. 고블린은 폭력적이고 아모스는 친절하고 사회적이다. 고블린은 두려움으로 지배하고 아모스는 관대하고 약자를 돌본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는 남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는 게 낫다고 했지만 두 알파메일 침팬지의 말로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고블린은 힘이 약해지고 2인자에게 밀리자 침팬지 무리들이 모두 달려들어 온몸이 찢기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반면에 아모스는 병으로 죽게 되는데, 온 무리들은 며칠간 먹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으며 아모스를 추모했다.


‘그’는 어디에 더 가까운 지도자인가(지도자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지도 않지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에 그 말을 안 붙일 수는 없겠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는 고블린이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고블린과 같은 유형의 지도자를 꼽자면 바로 생각나는 것이 전두환이다. 박정희도 폭력적이긴 했지만 그는 그래도 지도자라는 말을 붙일만한 자격이 있다. 국민에 대한 측은함을 갖고 있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었다. 물론 둘 다 국민의 지지 없이 군대를 동원해 대통령이 된 인물들이긴 하나, 박정희는 추후 선거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게 된다.  

‘그’는 어떤가? ‘그’는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합법적인 듯하다. 그 과정에서는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민주당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지만 이념과 사상과 지향하는 바가 정반대 진영에 반대편에 추대되었다. 반대진영에는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었다. 민주당 진영에는 절대적인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그’의 선택은 탁월했다고도 볼 수 있다. 보수라 불리는 사람들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권을 가져오고 싶어 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사례를 부각하고 조국과 이재명을 범죄자로 만들어내 정권을 탈취했다. 전두환이 군대를 이용해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다면 ‘그’는 검찰을 이용해 ‘법적’으로 정권을 잡았다. 정권을 잡은 후에 잘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는 해병대원 죽음의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다.   

영부인은 명품백을 뇌물로 받아먹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퍼졌다. 피가 거꾸로 솟는 건 그럼에도 아무 조사도 처벌도 안 받고 뇌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떠들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은 대통령 친인척의 땅 근처로 근거 없이 변경됐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기는 건 이제 애교다.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에 의해 방송은 장악됐다. (요즘 시대에 방송을 장악한들 뭐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잼버리나 엑스포, 국제 행사를 뭐 하나 제대로 치른 게 없다.   

의대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면서 지금 있는 의사들을 내쫓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사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신재생에너지 시대에 석유를 캐겠다고 경제성도 막연한 동해유전에 조 단위 돈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대놓고 찬성하며 국익을 해쳤다.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 협상이라도 해서 얻는 게 있어야 했다.   

심지어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라인을 강탈하려는 일본에 동조하고 있다. 어느 나라 정부인가…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이 150여 명이 죽어나가도 책임지는 정부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   

대북관계는 악화되어 국지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기준이나 근거 없이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자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저출산문제 해결책이랍시고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여학생만 앞당기겠다고 한다.


이런 정부라도 없는 것보단 나을 수 있다. 무정부 상태의 사회는 상상 이상으로 지옥 같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고 만들려는 사회는 겨우 무정부 상태를 벗어난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유시민도 답은 없는듯하다. 해법은 두 가지이고 예측은 한 가지이다.  


첫째, ‘그’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불필요한 정력 낭비를 피하고 가장 빠르게 다음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이익이 되는 무언가를 주어야하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난다면 지은 죄를 면책해 주는 방법을 제시해 볼 수 있겠다. 이때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난다면 국민들이 양해를 해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둘째, 실질적인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고 민주당 주도의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고 장관은 국회에서 지명한다. 이때 ‘그’는 일선에서 물러나 상징적인 대통령으로만 남게 된다.


이 두 가지를 ‘그’가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유시민도 그렇게 예측했다. ‘그’는 스스로 절대선이자 완성형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항상 옳기 때문에 토론이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자신이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물러나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이 두 가지 방안을 ‘그’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긴 시간이 필요할 텐데 처음 한두 문장만 듣고는 불같이 화를 낼 것이기 때문에 설명을 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그’는 대결을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검찰을 이용해 정적들을 죽이려 할 것이다. 법적으로 어쩌지 못한다면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어 ‘공소권 없음’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다.  

국민의 뜻 따위는 안중에 없다. 자신을 따르면 국민이고 반기를 들면 적으로 간주한다.  

그렇게 3년을 지나 어쨌든 권좌에서 물러나면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보수와 진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최초의 퇴임한 대통령이 되어 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재판 결과 구속될 것이고 아무도 그를 위해 변론해주지 않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재명이 아니더라도 ‘그’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 고블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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